제자들과 한 100일의 약속… 공고 교사의 ‘목마른’ 변신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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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내가 일하는 공업고등학교는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 한가운데에 있다. 도로명 주소는 교학로(敎學路). 학구열이 뜨거운 동네다. 이곳의 다른 고등학교들은 대개 방과 후까지 10교시 수업을 하는데, 이것도 부족한지 밤 9~10시까지 학교에 남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많이 다르다. 학교에 오는 것도, 남아 있는 것도 힘들어 한다. 내가 가르친 어느 반은 학기 초 23명으로 시작했으나, 학년 말에는 교실에 16명만 남았다. 1년간 7명이 학교를 떠났다.

공고 아이들은 왜 학교에 오지 않을까? 저마다 이유와 사정이 있을 터. 학교도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못 끄는 건 문제다. 학교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지난해 우리 학교는 공고 아이들을 위한 특별 교육과정을 시행했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축구, 당구, 게임, 실용음악, 등산, 필라테스, 헬스 등 ‘체험 중심 과목’으로 개설한 것이다. 교육청 도움을 받아 만든 ‘자기성장 프로젝트’인데, 국영수처럼 정식 교과명으로 못 박았다.

수업은 매주 네 시간씩, 체험 중심으로 자아탐색반과 자아성장반으로 운영했다. 학생-교사 간 좋은 소통을 위해 한 반을 10여 명으로 작게 꾸렸다. 교사는 교실당 2명을 배정했다.

나는 헬스부를 맡았다. 국어교사가 웬 헬스냐고? 일단 헬스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았고, 이 참에 나도 운동 좀 하자는 사심도 있었다. 새해가 밝으면 동네 헬스장 며칠 다니다 말기를 반복한 수준이지만, 일을 저지르기로 했다.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하기 전의 내 모습. 이런 내가 헬스부를 맡다니. ⓒ지한구
나는 구체적인 목표 세 가지를 적시한 학생 모집 공고를 학교에 붙였다.

<헬스부 모집>
– 자신 있는 사람만 들어올 것

목표1 : 바디프로필 촬영

선명한 복근 장착해 전문 사진가에게 바디프로필 한 번 찍읍시다!

목표2 : 보디빌딩 대회 출전

입상 못 해도 좋습니다. 최선을 다해 무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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