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받는 전교조 교사를 고발했을 때 벌어진 일 - <녹천에는 똥이 많다> 깊이 읽기(4)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3/21
이창동, <녹천에는 똥이 많다>
나는 저자가 남성의 소시민적인 모습과 욕망을 드러내기 위해 결국 여성을 도구적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생각했다. 대물림된 남성성의 어두운 면모를 저자는 딱히 꼬집지도 않았으며, 당연한 논리로 이어가고 있었지만, 아내와 딸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서술을 하며 어머니에 대한 시각을 뒤로 감추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가족’을 중심으로 인물들을 살펴봤다면, 준식에게 작용하는 또 다른 사회적 역학관계를 드러내는 ‘학교’ 공간 속 인물들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교에는 교장과 전교조 교사의 대립 관계가 존재했다. 교장은 준식에게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밀고를 은연중에 권유하기도 하면서 압력을 행사했다. 특히, 교장은 준식의 가장 찌질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으로 준식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홍 선생, 요즘 교무실 분위기가 어떤 것 같습니까?” 갑자기 교장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글쎄요, 제가 보기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 막연한 대답이 어디 있소? 뭐 특별히 눈에 띄는 사람은 없소? 학교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한다든가...” (생략) 준식의 손은 자꾸 엉덩이 밑으로 파고 들어가려고 했다. 원래 그는 불안하고 긴장해 있을 때면 자신도 모르게 손을 감추는 버릇이 있었다. 
   
전교조 교사의 대표로 제시되는 것은 ‘김동호’이다. 소설의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과거에 김동호는 전교조 교사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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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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