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축구를 보며 국민체조를 떠올리다

김형찬
2023/08/11
가끔 머리를 텅 비우고 아무 생각 없이 ‘큭큭’ 웃고 싶을 때 꺼내 보는 영화가 있다. 그 중이 볼 때마다 '이 사람은 진짜 천재가 아닐까!' 싶은 배우 겸 감독이 있는데, 바로 주성치다. 책보를 두르고 입으로 장풍과 레이저 광선을 쏘며 하늘을 날던, 어릴 적 기억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어른들 말로 ‘부앙부앙한’ 그의 영화를 보다 보면 무거웠던 마음과 복잡한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진다.
   
주성치 작품 중에서 <소림축구>를 꺼내 본다. 소림무술을 익힌 주인공이 축구를 통해 악당을 무찌른다는 소년 만화 같은 내용이지만, 볼 때 마다 '아, 저런 장면이 있었구나!'하는 발견의 즐거움이 있는 영화다. 이번 관람의 재발견은 영화의 끝부분이었다.

바나나껍질을 밟고 뒤로 넘어질 듯하던 여인이 공중회전을 하며 멋진 착지를 하고, 운전자는 장풍을 쏴서 주차를 하고, 정원사는 검술로 가지치기를 한다. 광장에서 단체로 무술을 연마하던 직장인들은 버스가 그냥 지나치자, 달리는 2층 버스에 가볍게 뛰어오른다. 그 뒤로 타임지에 실린 남녀주인공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영화는 끝난다.

중국무술을 뜻하는 ‘쿵푸’는 한자로 ‘공부功夫’라고 쓴다. ‘공功자’는 기술자를 뜻하는 工과 힘을 의미하는 力이 결합된 글자다. 夫는 사람을 의미한다. 단어로 뜻을 보면 쿵푸는 사람이 힘을 쓰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넓게 생각하면 운동에 가까운 개념이라고 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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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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