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커
2021/10/05
한국에서 현실적으로 동성간 법률혼은 불가능합니다. 동성 배우자는 법적으로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이성애자들은 사실혼 경우에도 일부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당연히 동성혼을 원하는 이들의 행복권은 심대하게 침해받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동성혼 법제화를 준비해야죠. 법제화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요? 어떤 경로를 통하든 반드시 필요한 것은 공론화 과정입니다.
그런데 '동성혼을 허용해야냐는 논의 자체가 혐오발화다'라고 규정해 버리시면 공론화는 어떻게 하나요? 동성혼은 옳은 일이니 홀연히 누군가 발의하고, 다시 누군가들이 찬성하면 되는 것인가요?
동성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입니다. 반대 주장은 그렇지 못합니다. 감정이나 통념, 종교적 ...
그러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동성혼 법제화를 준비해야죠. 법제화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요? 어떤 경로를 통하든 반드시 필요한 것은 공론화 과정입니다.
그런데 '동성혼을 허용해야냐는 논의 자체가 혐오발화다'라고 규정해 버리시면 공론화는 어떻게 하나요? 동성혼은 옳은 일이니 홀연히 누군가 발의하고, 다시 누군가들이 찬성하면 되는 것인가요?
동성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입니다. 반대 주장은 그렇지 못합니다. 감정이나 통념, 종교적 ...
@윤지영님 // 윤지영님의 얼룩소, 안전한 공론장 등에 대한 기대와 이해가 저와는 많이 다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혐오표현, 증오표현에 대한 법(철)학적 정의나 그런 데까지 들어가지 않고서는, 왜 "동성혼은 에이즈를 증가시켜요"라는 문장이 '안전한 공론장'에는 허용되어서는 안 되어야 하는 문장이자 "혐오표현"인지에 대해 '조금 더' 윤지영님께 설득력이 있는 논지를 제가 전개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확대 재생산하여 이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강화하는 표현이 '안전한 공론장'에서 왜 규제되어야 하는지 - 그리고 저 문장이 왜 그런 범주에 들어가는지 등, 윤지영님의 댓글에 대한 재반론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시간은 좀 오래 걸릴 것 같네요. 한국 시민 대중 일반의 보편상식, 보편정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결국 온갖 이론을 체계적으로 끌어들일 수밖에요. 다만 한 가지. 저는 얼룩소의 해당 질문이 그 자체로 혐오표현이라고 규정한 적은 없습니다. 제 글이 그렇게 읽힐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보시면, 저는 철저하게 '얼룩소 행동강령' (윤지영님이 읽으지지 않으시겠다고 하신)에 위반되지 않느냐고 물었을 뿐입니다. 물론 예시로 꺼내신 "에이즈". 이것은 저는 혐오표현이라고 생각하고 홍성수 교수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이론서에서 굉장히 단골로 등장하는 예시이기에, 윤지영님께서 "에이즈" 해당 문장이 공론장에서 "허용"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면 - 그 이론들을 다 꺼내오지 않고서야 상호 설득의 가능성이라도 있을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정성이 깃든 댓글에는 감사를 전합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따로 글을 쓰고, 그 글의 링크를 댓글로 남기겠습니다. (사실 다른 얼룩커께서 해주시면 더 좋겠지만요. 저로서는 이만큼 댓글을 적는 행위도 정신 건강에 부담이 많이 드는 일이어서요.)
댓글에 다시 댓글을 다는 기능은 없는 거 같아(있다면 못 찾아 죄송합니다.) 그냥 제 글 댓글로 답니다. @장영실님의 댓글을 잘 보았습니다. 주신 보론 대부분에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성심껏 부연합니다.
< '동성혼 법제화,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요?' 라는 질문과 '동성혼 법제화에 찬성하시나요?' 라는 질문, 그리고 '같은 성별끼리 결혼해도 될까요?' 라는 질문은 모두 '동성혼 법제화 공론화'를 다루고 있지만 여기에 '어떤 답변'을 할 수 있는지에 있어 큰 차이가 생긴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 맞는 말씀이십니다. 질문이 답을 규정하거나 유도하는 경우는 굳이 유명한 심리 실험 등의 예를 들지 않아도 주지의 사실이니깐요. 다만 전자로 질문 형태를 바꾸면 과연 비논리적이고 한심한 (저는 제 표현을 고수하겠습니다. 차별/증오 발언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으니까요.) 의견이 달리지 않을까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포털이나 커뮤니티에서 전혀 문제가 없는 사안/기사에 대해서도 자신의 온갖 편견을 투사한 댓글이 달리는 걸 매일같이 보고 지내니깐요. 그 댓글만 보고 원글/원기사가 문제라고 할 순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동성혼 법제화,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요?' 이 질문은 더 좋은 질문일까요. 역시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질문자의 의도가 더 많이 들어간 질문은 통상 논의를 제한합니다. 십분 양보해 동성혼 이슈에서는 그게 더 바람직할 수 있다 하더라고 alookso가 우리 사회 온갖 중요하고도 다양한 논의를 다룰 생각이라면 질문자 의도가 다분한 질문은 지양해야 합니다. 바람직하지도, 무엇보다 안전하기는 커녕 위험하니깐요.
질문이 달라지면 문제 발언도 없을 것이라는 님의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지만, 더 큰 문제는 진짜로 그분들이 답을 달지 않게 되는 상황입니다. 그럼 공론화를 통한 숙의는 어떻게 합니까? 현명하든 멍청하든 논리적이든 비논리적이든 말을 주고 받아야 숙의로 나아가죠.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동성혼은 에이즈를 증가시켜요" "동성혼은 사회 기강을 흐트려요" "동성혼은 사회 제도를 부정해요" "동성혼이 허용되고 입양할 수 있으면 누굴 아빠, 엄마라고 부르나요?"
이 글들은 어떠신가요? 누군가에게는 어이없는 문장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문장이겠죠. 그렇다면 저 모든 게 혐오 차별 발화입니까? 누군가에게는 궁금하거나 물을만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통념처럼 갖고 있던 것들에 기반한 것이니깐요.
당장 저부터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에이즈 환자 비율을 알지 못하면서, 동성애자가 에이즈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통념을 갖고 있긴 합니다. 이게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딱히 그게 맞는 지 틀린 지 확인해 볼 만큼의 관심은 또 없었네요. 그러니 저는 이걸 근거로 "동성혼의 에이즈 증가"따위를 주장하거나 믿지 않습니다만.. 누군가가 그걸 물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하거나 그걸 묻는 사람을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특정 질문의 수준이나 의미, 품위(?) 등에 대한 평가는 얼마든지 가능하겠죠. 과학 비과학 팩트 체크는 필수일테고요. 보통을 그걸 논의하기 위해 공론장에 모이는 것이겠죠.
님도 말씀하셨고 저도 동의하듯 동성혼 반대 입장은 대부분 '나는 싫다. 이상하다.'에서 출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숙의로 나아가는 초반에 온갖 말들이 나올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도 이 과정을 잘 거쳐내고 논의가 무르익어 본격적인 법제화 트랙에 올라서면 훨씬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를 논의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배우자 사망시 상속 문제나 동성 부부 이혼 시 양육이나 친권 문제를 포함해서요.
alookso의 행동강령은 읽어보지 못했고 앞으로 읽어볼 생각도 없지만(저는 원래 가전제품을 쓸 때도 사용설명서를 잘 읽지 않는 타입이라(..) ) 제가 생각하는 '안전한' 공론장의 의미는 "특정 글이 '없는' 무균실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반복되는 '바이러스' 침입과 면역 반응을 거쳐 건강한 몸을 지켜내듯 우리 사회를 위해 조금 더 나아간 해답을 얻기 위해 이 곳에서 다양하고 의미있는 의견들이 풍부하게 공유되는 것입니다.
@윤지영 님, 제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지적을 주셨습니다. 좀더 제 글을 보론하자면요. '동성혼 법제화,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요?' 라는 질문과 '동성혼 법제화에 찬성하시나요?' 라는 질문, 그리고 '같은 성별끼리 결혼해도 될까요?' 라는 질문은 모두 '동성혼 법제화 공론화'를 다루고 있지만 여기에 '어떤 답변'을 할 수 있는지에 있어 큰 차이가 생긴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저는 다른 글 (조소담님의 글에 쓴 답글) 에도 적었지만 동성혼 법제화가 된 나라에서 살고 싶고, 그런 공론화도 환영합니다. 하지만 동성혼 반대 주장은 단순히 비논리적인 것을 넘어 차별/증오발언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곳 얼룩소에서 제가 며칠째 '신고'하고 있는 글에서는, 특정 성적 지향과 특정 전염병이 근거 없이 거론되기도 합니다. 그 화법이 매우 폭력적이고 증오와 차별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제 눈에는요. 그런 글이 '없는' 안전한 공론장을 기대하고 온 제게는 무척 당황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비논리적이지만 최소한 혐오/차별/증오표현은 없는 글이라면야 좋습니다. 하지만 '같은 성별끼리 결혼해도 될까요?' 는 '안돼!' 라는 답을 하기 쉬운 구조를 지니고 있고, 그럼 '왜 안되는지 알아? 특정 전염병이 퍼져!' 같은 식의 글도 '써도 되는 것만 같은' 인상을 줍니다. 그래서 실제로 몇몇 얼룩커들은 그런 글을 썼고, 며칠째 신고하고 있지만 삭제되지 않고 있지요. 전반적으로, 얼룩소가 이 주제 (동성혼 법제화 내지는 성소수자 차별금지 법제)에 대한 '안전한'공론장으로 기능하기를 바라는 점은 저나 윤지영 님이나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다만 제가 짚고 싶은 문제는 그 '질문'을 어떤 낱말들로 풀어냈어야 하는가, 얼룩소에게 지금의 상황에 대한 책임은 얼마나 있는가, 같은 것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