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이 오면 인간과 기계는 화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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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문화비평
2024/01/24
특이점이 온다(IT저널)

'특이점'이 오면 인간과 기계는 화합할 수 있을까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믿음은 지동설에 의해 깨어졌다. 두 번째 인간과 동물 간의 불연속 또한 다윈의 진화론에 의해 연속임이 드러났다. 프로이트는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 존재하던 불연속도 깨 버렸다. 네 번째로 인간은 우리의 창조물인 기계에 있어서의 우월적 지위마저 포기해야 할 때가 왔다.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인간과 차가운 금속성으로 대표되는 기계는 절대 동일선상에 놓일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네 번째 불연속’의 저자 브루스 매즐리시는 인간은 도구, 그러니까 기계와 상호 작용하며 진화해왔고 더 나아가 인간 자체가 기계라는 점을 들어 인간과 기계의 연속성을 역설한다.  

인간이 가장 기계에게 시키고 싶지 않은 일은 무엇일까? ‘나와 사랑을 나누는 일’아닐까? 오늘날 인간이 창조한 기계들이 수행하는 동작은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약간 으스스하게 들릴 지는 몰라도, 우리는 첨단 AI를 탑재해 교감할 수 있게 설계된 ‘섹스하는 로봇’의 등장을 앞두고있다. 인간이 게을러지다 못해 섹스까지 기계에 맡겨버리게 된 데에는 물론 시간, 돈, 감정 등을 소모하지않고 성적 욕구를 해소하려는 욕망이 일차적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인간이 신이나 그 비슷한 것 근처에도 못 가며, 기계와 살(?)을 섞기엔 너무 고귀한 존재도 못 된다는 자기인식이 동반된 결과이다. 근 몇 년간 본격적으로 상용화에 시동을 걸기 시작하면서 인간성의 상실 등의 윤리적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지만 이미 제4차 산업혁명이니, 알파고니 하는 것들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더 이상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것만큼은’ 인간이랑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물론 존재하지만 이는 으레 있어왔던, 신기술 출현의 테이프를 끊는 것과 하등 다를 것이 없는 반응일 뿐이다. 가장 개인적이고 은밀한, 과거엔 성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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