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종교학

이길용
이길용 · 종교와 문화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
2024/01/23
종교가 진리 논쟁이 된 까닭은?
   
종교 이야기하면 다들 좀 따분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 종교라는 것이 그처럼 지루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구원에 대한 갈망, 그리고 세계의 기원에 대한 신화 등등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흥미진진함에도 ‘종교 이야기’하면 왠지 모르게 가급적 피하고 싶은 주제라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실제로 종교 이야기 때문에 불편해지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왜 이처럼 종교 이야기는 무겁고, 지겹고, 불편한 것이 되었을까? 

나는 그 문제는 이렇게 본다. 그건 우리 사회에 종교학자가 적어서 그렇다. 종교학자가 지금보다 많아진다면, 훨씬 종교를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학자의 매개 없는 종교 이야기는 대부분 ‘진리 논쟁’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게 된다. 
   
“내 종교가 좋다!”, “네 종교는 틀렸다!”, “내 종교가 진짜야!” 
   
사실 이런 진리 논쟁보다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혹은 그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를 이해하고 탐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문제인데, 우리는 나의 종교를 남에게 강요하고 혹은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데 익숙하다 보니 정작 종교 이야기를 꺼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사회가 건강하게 소통하고 교류하기 위해서라도 이와 같은 절대적 진리 논쟁에 치우친 종교 이야기는 썩 바람직한 모습이라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종교는 진리 논쟁이 아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통교적 주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종교 이야기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해를 추구하는 대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왜 종교 이야기가 그렇게 딱딱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되었을까? 여기서 잠시 지금까지 사람들이 종교를 어떻게 대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어쩌면 그것은 우리 사회에 경험적인 종교 연구가 드물었기 때문에 생긴 일일 수도 있겠다. 우리 사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문화-다종교적 환경인데도 여전히 종교를 바라보고 분석하는 틀은 규범적 방법에 치우쳐 있었고, 이런 탓에 경직된 종교 담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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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Marburg대학교 종교학 박사. 학위 후 귀국하여 지금은 서울신학대학교 교수로 일하고 있다. 주 관심 분야는 ‘동아시아 종교’, ‘종교학 방법론’, 그리고 ‘해석학적 문화 비평’이며, 제대로 된 <한국종교사상사> 하나 펴내는 오랜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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