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제 할 일을 잊은 법이 없다 - 정유정 <종의 기원>

윤지연 · 교사
2024/04/11
종의 기원
운명은 제 할 일을 잊은 법이 없다 - 정유정 <종의 기원>

정유정 작가의 책은 이번이 세번째다. 『7년의 밤』을 읽으면서 7년이라는 시간을 굵직하게 통과하는 힘 있는 서사에, 『28』을 읽으면서는 화양이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이곳 저곳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결국 하나로 묶여나가는 모습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3년, 『종의 기원』을 만났다.


 앞선 두 전작과는 다르게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여졌으며 소시오패스 로 볼 수 있는 오영제(7년의 밤)나 반사회적 성격 장애로 볼 수 있는 박동해(28)와는 또 다른 유형의 인간형을 보여준다. 주인공 한유진은 사이코패스, 유진의 이모이자 미래 아동 청소년 병원의 원장인 혜원의 말에 의하면 '유진이는 포식자야.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레벨에 속하는 프레데터.'이다.   


 한유진 전지적 시점의 이 소설은 유진의 자기변론 서사를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 소설을 읽어본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유진은 어린 시절 가족 휴양길에서 아버지와 형의 죽음, 방조제의 젊은 여자의 죽음,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망각을 보여준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유진이 어머니의 참혹한 시신을 발견하고 누구로 인한 살인인가를 스스로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유진은 그렇게 어머니의 죽음을 추리하다 그 범인이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이는 방조제의 젊은 여자의 죽음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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