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13] 이팝나무와 아버지의 노동

조은미
조은미 인증된 계정 · 읽고 쓰는 사람. 한강조합 공동대표
2023/05/10
한강 선생님들께, 

지난 주 편지에 ‘하얀 찔레꽃 필 날도 멀지 않았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어제 샛강숲을 거닐다 보니 어느새 사방에 찔레꽃이 소담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꽃은 벌써 한창이어서 숲을 거니는 동안 달콤한 향내가 내내 코끝을 간질였어요. 숲에 접어드는 어귀에는 아까시 나무들도 몇 그루 있어 저녁이면 달콤한 향기가 더욱 농밀하게 퍼집니다. 
봄철에는 내내 꽃들이 피고지는 걸로 시간의 흐름을 가늠합니다. 이 즈음 저의 눈길을 사로잡는 꽃나무는 이팝나무입니다. 이팝나무는 우리나라 전국 가로수 수종 중에서 3위를 차지할 만큼 거리 곳곳에서 보이기도 하고, 공원에도 어김없이 보입니다. 물론 샛강숲에도 몇 그루가 기품있는 자태로 서 있어요. 이팝나무는 무수히 많은 꽃들을 소복하게 피워냅니다. 하얀 쌀밥 같다고 해서 이팝나무란 이름을 가졌죠. 꽃나무 아래서 쌀밥을 떠올리며 허기를 달랬을 옛 어른들을 상상해봅니다. 

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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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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