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고찰하다]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아홉시
아홉시 · 일상에 영감을 더하는 지식 채널
2022/07/20
[문학 속 한 장면] 안톤 체호프 특집


체호프의 등신들

체호프의 주인공들은 못난 사람들이다. 이런 체호프의 인물형을 가리켜 ‘체호프의 등신들’이라 부르기도 한다. (여러분이 떠올린 그 ‘등신’이 맞다.) 그들은 위대한 사상이나 불굴의 의지,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과는 관련 없는 인물들이다. 가난하고, 불행하며, 답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이다. 속수무책의 상황 속에서 이들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쓰라린 회한에 빠지거나 죽는다.

독자는 그러한 인물 유형을 체호프가 작품 활동 초기에 쓴 엽편 소설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관리의 죽음>, <우수>, <굴> 같은 소설들이 대표적이다. <관리의 죽음>에서는 어느 하급관리가 오페라를 보다가 재채기를 하는데 침이 앞자리에 앉은 고위 관리에게 튄다. 하급관리는 서둘러 사과하고 고위 관리는 “괜찮아요” “거 참, 됐어요”라고 반응하지만 소심한 하급관리는 자신의 사과가 제대로 받아들여졌는지를 확신할 수 없다. 염려가 되어 못 견디는 상태가 된 그는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 고위 관리를 찾아가 사과를 하는데, “지금 누굴 놀리는 거요?”, “꺼져!”라는 대꾸를 듣고 집으로 돌아와 죽는다. 세계문학사상 가장 어이없는 죽음이다.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교수, 평론가, 시인, 라디오 DJ, 작가, 전문 연구원, 기자, 에세이스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하는 깊이 있는 지식과 통찰을 아홉시에서 만나보세요.
28
팔로워 124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