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사라예보에서 내 동갑내기 친구 고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이야기

이준영
이준영 · 박사과정 학생
2024/05/21
그날 사라예보에서 내 동갑내기 친구 고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992년 4월 5일, 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국민학교(초등학교)에서 상급 학년이라는 4학년으로 이제 막 올라갔던 시기입니다. 한 학급에 50명이 넘었던 콩나물 교실에서 처음에는 서먹서먹하기만 했던 새로운 반 친구들과 빨리 친해져서 복도를 뛰어다니며 짓궂은 장난질을 하다가 담임선생님께 야단이나 맞는 천진난만한 개구쟁이였겠죠. 
곧 있으면 찾아올 어린이날 선물로, 당시로서는 정말 거금 10만 원이나 했던 레고 장난감 해적선을 사달라고 아버지에게 온갖 투정이란 투정은 다 부렸을 겁니다. 주말에는 학교 숙제도 안 하고, 학습지는 밀리고 또 밀려서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여가는데 조이패드를 꽉 쥐고, 이제 좀 끄고 공부하라는 어머니 잔소리에는 "한 시간만, 한 시간만" 같은 말만 중얼거리며 두 눈이 벌게지도록 '겜보이'를 하느라 정신없었을 겁니다. 
제가 더 좋은 장난감을 갖고 싶어 응석을 부릴 때, 바다 건너 8,465㎞ 서쪽에서 82년 개띠 제 동갑내기 친구 고란의 모자에는 이렇게 구멍이 났습니다. 뺨을 타고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고 합니다. 고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82년생 내 동갑내기 친구 고란의 구멍이 난 모자

제가 국민학교 다녔던 시절 『사회과 부도』에는 유고슬라비아라고 나오는 동유럽 국가가 쪼개지기 시작했습니다. 유고슬라비아는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라는 민족 단위 공화국 여섯으로 구성된 사회주의 연방 국가였습니다. 
요시프 브로즈 티토라는 사회주의 혁명가가 철권통치로 다민족 국가 유고슬라비아를 하나로 붙들어 매고 있었지만, 그는 1980년에 죽고 말았습니다. 동유럽에서는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를 신호탄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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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지역정보 종합지식포탈에 원고를 납품하는 프리랜서 지식 노동자입니다. 러시아•시리아•튀르키예•인도네시아 등 풍부한 해외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국제정세•경제•사회문화•외국어•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출판 번역가 지망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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