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살찐 여성의 몸으로 살아가기

수미
2024/04/02

 1~2년 사이 몸무게가 훅 늘었다. 20kg까지 몸무게가 불자, 맞는 바지가 하나도 없었다. ‘손목이 그렇게 가늘어서 아기는 어떻게 들겠노?’ 걱정을 부르던 마른 몸은 이제 두툼한 살집이 붙어 풍채가 좋다. 
 살찐 내 몸은 전보다 더 촘촘하고 깊숙한 참견의 대상이 되었다. 오랜만에 본 친구가 “수미야, 살이 왜 이렇게 많이 쩠어?”하고 고상하게 묻는다면 가까운 사이인 가족은 선이 없다. 남동생은 뱃살을 쓱 만져보더니 “여름에도 패딩을 입고 다니는 건가?”라는 농담을 시작으로 ‘누나야, 이건 진짜 아니다.’하고 훈계에 가까운 염려와 질타를 늘어놓는다. 여기에 엄마의 잔소리까지 가세하면 이른바 뚜껑이 열린다. 결국 “좀! 내 몸에 대해서 그만 좀 이야기해!” 꽥 소리를 질러야만 상황이 겨우 마무리된다. 대략 이런 상황을 일 년 정도 반복하고, 제 발로 헬스장을 찾아갔다. 

 일주일에 두 번, 일대일 PT를 끊었다. 운동을 마치고 땀에 젖은 마스크를 벗으며 체중계에 올라가 보지만, 야속하게도 몸무게는 그대로.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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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큰 소리로 웃는 여자. 에세이 <애매한 재능>,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저자. 창원에 살며 <우울한 여자들의 살롱>이라는 모임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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