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인사는 '론리 트리스마스'

김다움
김다움 · 게을러요
2023/12/25
'론리 트리스마스' 

방금 만든 말이다. 메리가 아니라 론리고,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트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는 쓸쓸하다. 나는 트리에 이입한다. 트리는 겨울의 벚꽃이다. 순식간에 피고, 금방 진다. 벚꽃은 꽃잎을, 트리는 재무제표를 남긴다. 백화점은 트리에 돈을 붓고, 쓴 만큼 번다. 트리 자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러니 외롭다. 크리스마스의 외로움은 '솔크' 여부와 상관없다. 커플도 힘들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떠나거나, 사라진다는 확신이 들기에 외롭다. 트리 얘기다.

트리를 증오하기란 불가능하다. 일상의 지루한 풍경은 트리로 꾸며진다.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은 인간 커플이 아닌 비인간 트리다. 트리 앞에서 기다리면 한겨울에도 따뜻하다. 그 따뜻함을 품고 실내로 들어가면, 천국도에 온 듯 설렌다. 물론 <솔로지옥>이 그러했듯, 한시적인 감정이다. 곧 크리스마스는 끝난다. 그나마 <솔로지옥>은 클립이라도 남기지만, 트리는 버려진다. 대량 소비 사회는 트리와 환경을 동시에 죽인다. 행복(幸福)은 위태로운 기반 위에 선다. 복(福) 자체가 그렇듯 통제할 수 없다. 만들어낸 행복도 아슬아슬하다. 인간은 웃기 위해 자신의 터전을 파괴한다. 그러나 나는 자본주의적 인간이다. 진부하고 가증스러운 트리에 기분이 좋아져 버린다. 그래서 괴롭다.

당신의 행복이라면 축복하겠지만, 행복한 크리스마스엔 반대한다. 의례적인 행복은 싫다. 내가 불행한데 온 세상이 행복하다면, 못 견딘다. '나만 당할 수 없지'는 아니다. 나에겐 공격할 힘도 권력도 없다. 다만 평범하게 불행한 인생이 풍경에서 지워져선 안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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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언론을 전공하는데, 그다지 전문적이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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