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 백신이 나오기까지 (중) - 소크가 특허를 낼 수 없었던 진짜 이유는?

남궁석
남궁석 · SLMS
2023/09/05
소아마비 백신 개발의 전기가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폴리오 바이러스를 다량으로 증식시킬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었다.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폴리오 바이러스는 흔히 실험에 사용하는 마우스, 토끼, 기니아피그 등의 소동물은 감염시키지 못하며 유일하게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방법은 원숭이의 골수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것 뿐이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나 황열병 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배양하는데 사용되는 닭의 수정란에서도 폴리오 바이러스는 자라지 않았다. 결국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병원체인 폴리오 바이러스를 지속적으로 많이, 오랫동안 배양해야 하는데 이 방법이 없었으므로 백신 개발도 어려웠던 것이다.

게다가 원숭이의 골수에서 바이러스를 키워 백신을 반드는 경우 또 다른 문제점이 있었다. 앞에서 설명한 콜머와 브로디의 백신 개발 시도에서는 원숭이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고, 원숭이의 척수 조직에 함유된 바이러스를 약독화/불활성화시켜 백신을 만들려고 했다. (파스퇴르의 광견병 백신 역시 광견병 바이러스를 접종한 토끼의 척수 조직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렇게 척수 조직에서 증식한 바이러스에서 만들어진 백신을 접종받은 경우 낮은 빈도로 영구적인 척수 마비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었다. 이후에 이것이 척수 조직에 존재하는 미엘린 베이직 단백질(Myelin Basic Protein)이라는 단백질에 대한 면역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

따라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원숭이의 척수에 바이러스를 접종하는 것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바이러스를 증식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폴리오 바이러스의 증식 방법의 개발

폴리오 바이러스의 체외 세포에서의 배양에 처음 성공한 것은 하버드 의대의 존 엔더스(John Enders, 1897-1985)와 그의 연구실의 대학원생인 토마스 웰러(Thomas Weller, 1915- 2008)와 프레데릭 로빈스(Frederick Robbins, 1916-2003)였다.

원래 엔더스는 폴리오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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