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의 장미
담벼락 틈에서 자란 풀 하나를 보았습니다.
제 터가 콘크리트인 줄 모르고,
적당한 흙과 습을 품으로 삼아 싹을 틔운 아이는
주어진 생활 끝에 콘크리트와 함께 굳어버렸습니다.
펼치려다 굳어진 몸사위에서 다부지게 현생을 살던 그의 날갯짓이 보입니다.
엄마는 벼랑 끝에 피어있는 장미꽃을 꺾고 저를 낳았다고 합니다.
제 태몽입니다.
흙도 습도 없는 모진 곳에서
변덕 많은 하늘과 오롯이 마주하며
동무 하나 없이 외롭고 쓸쓸했을 아이는
졀벽이 아닌 사람의 품에서 다시 제 터를 잡고 응애 태어나 사람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태몽인지 예지몽인지
저는 실제로 외로움과 가난 속에서 자랐습니다.
조실부친 후 맨 땅에 헤딩하고 언 땅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