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를 꿈꾸는 이류들의 삼류인생

윤지연 · 교사
2024/01/13
은희경 <마이너리그>
일류를 꿈꾸는 이류들의 삼류인생

'사는 게 엿같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갈 곳 없는 어느 날에 발길질 해 걷어찰 굴러 다니는 깡통 하나 눈에 띄지 않을 때, 늦은 밤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다가 그놈의 '엿' 생각이 나기도 한다. '엿 먹어라'의 그 엿. '엿같은 내 인생(?)'의 그 엿.은희경의 <마이너리그>를 읽으며 '엿'이 자꾸만 떠올랐다. <마이너리그>는 이른바 '메이저'로 분류될 수 없는(그러나 아마도 다수를 차지할), 평범한(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1. 만수산 드렁칡 - '마이너'들의 공감대에 대하여

'... 드렁칡이 된 사연부터가 그렇듯이 우리의 인생은 죽죽 뻗어가기보다는 그럭저럭 꼬여들었다.'(p. 17)

네 명의 주인공이 서로 얽혀들게 된 계기는 그들만이 함께 숙제를 해오지 않아 공동으로 벌을 서게 되면서부터이다. 또는 나만 숙제를 안 한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에서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나와 비슷하거나 또는 나보다 못한 처지의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의 확인은 그들 간의 연대감을 창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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