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침수피해 자연재해인가, 인재인가

2022/09/15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은 단연 포항이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로 9명이 실종됐고, 이 가운데 7명이 사망했다.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재산 피해도 심각하다. 침수 피해를 입은 포항 철강산업단지의 피해 규모는 대략 2조원 가량이다. 단지 내 피해를 본 업체만 104개, 포항지역 전체로는 390개에 달한다. 단지 내 업체들은 피해 복구 뿐만 아니라, 계약 물량 공급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힌남노는 포항 지역에 시간당 370mm가 넘는 폭우를 쏟아냈다.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는 기후위기로 몸집을 불린 태풍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재해만을 원인으로 지목할 수는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포항의 피해는 인재이기도 하다.

힌남노로 침수피해가 발생한 지역이다. 오른쪽 아래 오천IC 왼편이 아파트 대규모 신축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현장 바로 옆이 냉천이다. 지도 윗부분은 냉천 하류로 바다를 매립해 건설한 포항 철강산단이다. 출처 - 카카오맵 캡쳐
   

지방 소하천 정비 사업의 실체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피해가 일어난 곳은 포항 하천인 ‘냉천’이 흐르는 곳 인근이다. 이 냉천은 2016년 차바, 2018년 콩레이, 2019년 미탁, 2022년 힌남노까지 태풍이 올 때마다 범람해 수해를 일으켰다. 태풍 수해가 집중된 건 2012년 하천 정비 사업 이후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지역의 명품하천을 만든다며 이른바 ‘포스트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3백억 원을 들여 ‘냉천 고향의 강’이란 사업을 진행했다. (이 지역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오랜 지역구이기도 하다.)
   
명품하천은 무엇일까. 사람을 위한 곳일까, 자연을 위한 곳일까. 실제 이 정비 사업의 과정과 결과를 뜯어보면 명품하천 만들기의 방점은 자연이 아니라 사람에 찍힌다. 냉천의 상류 지역은 하천의 폭이 약 15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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