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부겸 총리가 중대본 브리핑에서 "대한민국은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김 총리는 월스트리트저널의 한 기사에서 UCSF 의대 모니카 간디 교수가 한 말(“South Korea could become the first country to transition to endemic”)을 인용한 것입니다. 이렇게 “세계 첫 번째”를 강조하니, 엔데믹으로의 빠른 전환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처럼 좋은 일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몇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우리나라가 특별히 뭘 잘 하고 있길래 엔데믹 전환이 빠르다는 걸까?”
“우리가 처음이라면 다른 나라는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말인가?”
“애초에 엔데믹 전환의 시기에 순위를 매기는 게 가능한 일일까?”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들도 떠오릅니다.
“엔데믹으로 전환만 하면 다 괜찮아지는 걸까?”
“엔데믹으로 빨리 전환하는 게 자랑스러워할 만큼 좋은 일일까?” “다른 나라는 그대로인데 우리만 엔데믹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사실 가장 먼저 물어야할 질문이 빠졌습니다.
“엔데믹이란 무엇인가?”
1. Endemic은 End와 상관이 없다.
엔데믹(endemic: 풍토병 유행)의 영어철자에 end가 들어가 있지만, 이 단어에 뭔가 끝난다는 의미는 전혀 없습니다.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어떤 질병이 사라지지 않고 특정 지역 내(en-)에서 지속적으로, 또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토착화된다면 그 질병은 엔데믹 상태에 있는 것입니다(참고: endemic은 유행 상황 자체, endemic disease는 토착화된 풍토병, endemic country는 그 풍토병이 유행 중인 지역/국가를 의미).
대부분의 국가에선 감기가 풍토병으로 존재합니다. 감기야말로 갑자기 증가하지도 갑자기 줄지도 않고,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