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이수영의 정규 10집 [SORY]가 발매되었다. 데뷔 10년차에 내놓은 정규 9집 [Dazzle]이 2009년작이었으니, 꼭 13년만이다. 과거 작품들과의 연결점을 찾자면 음악적으로 큰 실험을 했던 9집보다는 그의 초중기 앨범들로 거슬러 올라가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앨범 홍보 자료는 ‘오리엔탈 발라드’라는 키워드를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 이를 장르로 볼 수 있냐에는 이견이 있지만, 이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수영의 과거 히트곡들이 분명히 있다. 동양권 나라에서 생산한 음악에 ‘오리엔탈’이나 ‘동양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는 게 이상하긴 하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양과 적극적으로 얽히면서 빠르게 서양의 문화를 받아들였고, 이수영이 데뷔한 20세기 말 한국 가요는 이미 서양 음악에 기초한 악곡으로 가득 차있었다. 와중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어떤 음악적 패턴을 ‘뽕’이라는 키워드로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대중이 소비하는 가요의 기초는 서양식 악곡이었다.

작곡가 MGR는 90년대 말 황성제의 편곡과 더불어 ‘동양적’인 멜로디와 악기를 특징 삼은 가요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소은의 ‘작별’로 시작된 이 ‘신비한’ 느낌의 가요는 2000년대 초까지 유행해 한국 발라드의 한 줄기로 자리매김 했다. 남성 발라드 가수 중에는 이승환도 유희열의 작곡으로 ‘당부’ 같은 곡을 내놓았고, 조규만이 작편곡한 김성집의 ‘기약’ 같은 곡도 있었다. 여성 가수 중에는 이안의 ‘물고기자리’나 나리의 ‘소녀지몽’이 비슷한 영향권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수영만큼 크게 히트하지는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