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 없이 당간지주 공원에 매화가 피었다. 지난 여름 곁가지가 부러졌던 살구나무에도 새순에 물이 오르고 꽃피울 준비를 마쳤다. 매년 이맘 때면 당연히 피어날 거라 생각하던 새싹도 꽃도 당연하지 않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새삼 감사한 마음으로 꽃이 피어있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되도록 자주 오가며 만나고 보고 즐거워 해야지.
늘 피어있는 진짜 같은 가짜 꽃보다 오래 기다려도 열흘 남짓 볼 수 있는 꽃이 더 좋다. 꽃은 피었다가 져야만 한 생애를 완성한다. 씨앗이나 열매가 땅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새싹이 돋아 자기만의 꽃을 피우는 것이다. 월요일을 맞아 공사가 한창이다. 주차장을 확장하는 공사인데 아이는 포클레인이 땅을 파고 흙을 옮기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십 분은 즐거워한다. 그리고는 마치 자신이 포클레인이 된 것처럼 손을 구부리고 흙을 파는 시늉을 하고 장난감 중장비를 챙기러 가자고 한다. 공사를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