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몇 해전에 회사 여직원이 노메이크업으로 출근을 해서는 사무실에 도착해 화장을 했던 적이 있다. 그 때 남자 상사가 그 모습을 보고는 크게 혼냈다. '화장은 아빠도, 오빠도 모르게 하는거다!'는게 이유였다. 여직원은 이에 '죄송합니다' 라고 말했다. 만약 그 여직원이 집에서 화장을 하고 왔다면 조금 더 일찍 일어나야 했을 것이다. 일찍 일어나서 화장을 마치고 나와야겠지. 그랬다면 같은 회사, 같은 거리에 있는 남자직원보다 좀 더 수면 시간이 짧았을 것이다. 남자는 잘 시간에 여자는 화장을 해야 하는 이 부조리함(또 퇴근하면 지우기도 해야한다).
게다가 화장을 하는 게 예의라고, 화장한 모습으로 대부분의 여성을 출근하게 만드는 이 사회 분위기에서 그런데 '화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고? 이건 너무나 혼란스러운 지점 아닌가. 말 자체가 모순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나. 이건 중학교 시절의 브래지어를 생각나게 한다. 나는 여중을 다녔는데, 학교에서는 반드시 브래지어를 착용하게 했고, 그런데 브래지어 끈이 보이면 안된다고 그 위에 셔츠를 더입게 했다. 더운 여름날 교복 하복을 입기 위해서는 그 안에 런닝셔츠도, 브래지어도 있어야 했던 것.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아? 젖꼭지를 가리기 위해 브래지어를 하고, 브래지어를 감추기 위해 셔츠를 더입고 그 위에 교복을 입고... 왜 우리는 뭔가를 감춰야 하고, 감춘 걸 또 티내지 않아야 하는거야? 브래지어도, 런닝셔츠도 안입고 교복 하나만 슝- 입으면 되는 남학생들에 비해 확실히 효율이 떨어지잖아?
화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단 우리 회사 상사뿐만은 아니었다. 지하철이나 버스안에서 화장하는 여자들을 욕하는 글들은 인터넷에 얼마나 많이 올라왔던가. 그들도 그들이 왜 비난하는지는 모르고, 그런데 비난은 해야겠고, 그래서 파우더 가루가...
게다가 화장을 하는 게 예의라고, 화장한 모습으로 대부분의 여성을 출근하게 만드는 이 사회 분위기에서 그런데 '화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고? 이건 너무나 혼란스러운 지점 아닌가. 말 자체가 모순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나. 이건 중학교 시절의 브래지어를 생각나게 한다. 나는 여중을 다녔는데, 학교에서는 반드시 브래지어를 착용하게 했고, 그런데 브래지어 끈이 보이면 안된다고 그 위에 셔츠를 더입게 했다. 더운 여름날 교복 하복을 입기 위해서는 그 안에 런닝셔츠도, 브래지어도 있어야 했던 것.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아? 젖꼭지를 가리기 위해 브래지어를 하고, 브래지어를 감추기 위해 셔츠를 더입고 그 위에 교복을 입고... 왜 우리는 뭔가를 감춰야 하고, 감춘 걸 또 티내지 않아야 하는거야? 브래지어도, 런닝셔츠도 안입고 교복 하나만 슝- 입으면 되는 남학생들에 비해 확실히 효율이 떨어지잖아?
화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단 우리 회사 상사뿐만은 아니었다. 지하철이나 버스안에서 화장하는 여자들을 욕하는 글들은 인터넷에 얼마나 많이 올라왔던가. 그들도 그들이 왜 비난하는지는 모르고, 그런데 비난은 해야겠고, 그래서 파우더 가루가...
@김재경 정성스러운 코멘트 감사해요.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몸과 외적인 미에 대한 기준과 요구가 너무 높고 많아서 피곤한 게 사실이지요. 꾸미기는 자기만족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결과이기도 한데, 그런 부분을 적절하게 고려하고 상대화해야 꾸미기의 기쁨 혹은 절망을 이해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제 개인이 관심을 가져오고 공부하기도 했었지만, 현재 여자친구랑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하고 고민하는데요. 본문의 상황인식에는 동의하지만 '예쁘다'는 표현에 대한 부분은 관점이 달라요. 저는 예쁘다는 표현의 문제보다 예쁨에 대한 프레임이 갇혀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화장이나 브레지어에 대한 이야기와 같은, 미디어나 대중이 무조건 마른 게 예쁘다는 인식이 애초에 강요되지 않는다면 누구나 예쁘다는 표현을, 젠더 상관없이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페미니즘에 대한 해석과 지향을 이상적으로 하는 제게 '너는 남자니까 그렇게 말하지'라는 지적도 많이 들었지만, 전 인권운동의 지향은 '무엇을 하지 말자'보다 '함께하자'가 더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예쁘다는 표현에 대한 숙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전까지 생각하고 써보자는 의견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의도가 좋은 말로 많이 쓰이니까 부정적 효과를 제거하는 방향이 있음 좋겠다 싶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김재경 정성스러운 코멘트 감사해요.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몸과 외적인 미에 대한 기준과 요구가 너무 높고 많아서 피곤한 게 사실이지요. 꾸미기는 자기만족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결과이기도 한데, 그런 부분을 적절하게 고려하고 상대화해야 꾸미기의 기쁨 혹은 절망을 이해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제 개인이 관심을 가져오고 공부하기도 했었지만, 현재 여자친구랑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하고 고민하는데요. 본문의 상황인식에는 동의하지만 '예쁘다'는 표현에 대한 부분은 관점이 달라요. 저는 예쁘다는 표현의 문제보다 예쁨에 대한 프레임이 갇혀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화장이나 브레지어에 대한 이야기와 같은, 미디어나 대중이 무조건 마른 게 예쁘다는 인식이 애초에 강요되지 않는다면 누구나 예쁘다는 표현을, 젠더 상관없이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페미니즘에 대한 해석과 지향을 이상적으로 하는 제게 '너는 남자니까 그렇게 말하지'라는 지적도 많이 들었지만, 전 인권운동의 지향은 '무엇을 하지 말자'보다 '함께하자'가 더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예쁘다는 표현에 대한 숙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전까지 생각하고 써보자는 의견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의도가 좋은 말로 많이 쓰이니까 부정적 효과를 제거하는 방향이 있음 좋겠다 싶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