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목격 후유증
2024/05/08
싸우는 연인. 지긋지긋한 같은 패턴의 대화. 이어지는 분노, 고성, 짜증, 흥분. 남성의 주먹이 여성의 얼굴을 향하고 가격 당한 여성은 쓰러진다. 여성은 남성을 내쫓는다. 이성적인 대화는 처음부터 없었고 이제 실질적인 관계가 종결되어야 하는 상황. 열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공간. 유리창 안에 서 있는 여성의 눈앞에 익숙한 외형의 오브제가 추락한다. 눈을 마주친다. 방금 전까지 나와 싸우고 나를 때렸던 인간이 고층 건물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자살? 타살? 내려가 확인한다. 그가 맞다. 그는 죽었다. 그는 더 이상 여성의 삶에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제임스의 죽음 이후 하퍼는 작은 여행을 떠난다. 잠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온전히 혼자 있어야 하는 공간. 어느 먼 외곽의 넓고 고풍스러운 집을 잠시 빌리기로 한다. 집주인 남성(로리 키니어)은 이상한 농담을 즐기는 조금 괴짜 같았다. 익숙한 공간에서 연인의 죽음을 경험한 하퍼는 낯선 공간에...
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