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은 총리가 뭐 하고 돌아다녔는지 알 수 있다.

박철현
박철현 인증된 계정 · 끊임없이 묻는 사람
2023/05/16
지면판 아사히신문을 정기구독한지 8년이 넘었다. 8년전 아사히에 다니는 동갑내기 친구와 만났을 때 충동적으로 구독신청을 했던 것이 이렇게나 오래 갈 줄 몰랐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있어서 아사히소학생신문까지 구독했다. 매월 나가는 정기구독료 5-6천엔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 오히려 우리 집 사람들은 애, 어른 할 것 없이 신문을 즐겨보는지라 본전 충분히 뽑고 있다고 본다.

나 같은 경우 아침엔 주로 헤드라인만 읽는다. 헤드라인 읽다가 눈에 띄는 기사가 있으면 스맛폰으로 찍어 나중에 전철에서 읽던가, 아니면 퇴근한 후 제대로 다시 읽는다. 하지만 바쁜 아침에도 반드시 읽는 코너가 있다. 

먼저 텐세이진고(天声人語, 천성인어)다. 1면 하단에 위치한 이 코너는, 이걸 읽기 위해 아사히신문을 구독한다라는 팬층이 존재할 정도로 높은 인기와 전통을 자랑한다. 1904년부터 연재됐으니 119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신문사들은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영문학자 나메타카 아키오는 “요미우리신문의 ‘편집수첩‘, 마이니치신문의 ’여록‘, 도쿄신문의 ‘필선(筆洗, 붓을 씻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춘추’ 등은 아사히의 텐세이진고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603자(반드시 603자로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이 코너를 돌아가며 쓰고 있는 논설위원들이 어디를 일부러 늘리고 줄였나를 판별하는 덕후도 있다...)에 불과하지만 읽을 가치는 충분하며, 나역시 때때로 텐세이진고에서 칼럼 소재를 얻을 때도 있다. 

하지만 정작 내가 가장 즐겨 읽는 코너는 ‘수상동정’(首相動静)이다. 

수상동정은 의미 그대로 전날 수상(총리대신)이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기록한 것인데 주로 3면 하단에 위치한다. 이걸 왜 읽냐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코너가 의외로 매우 흥미롭다. 먼저 분량이다. 날에 따라 다르지만 평일의 경우 600자 가까이 된다. 텐세이진고와 맞먹는, 즉 웬만한 칼럼 수준이다. 일본어는 띄워쓰기가 없기 때문에 600자는 상당한 양이다. 이...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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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칼럼니스트.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 <어른은 어떻게 돼?>, <이렇게 살아도 돼>,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쓴다는 것>을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본업은 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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