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성경 단편소설 (2) "빌라도의 어느 날 아침" (마태복음 27:11-26)
2023/09/16
이 날은 유대 땅의 총독으로 재임해온 빌라도에게 있어 가장 곤혹스러운 날이었습니다. 새벽 댓바람부터 유대교의 지도자들이 들이닥쳐서는, 예수라는 갈릴리 사람을 빨리 처형해달라고 보채기 시작한 것입니다. 빌라도는 가급적 유대교 내부의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습니다. 왜냐하면 제국의 다신교와 달리 유대인들은 독특한 유일신 신앙을 갖고 있었고, ‘야웨’라 불리는 그들의 하나님 외에 다른 어떤 신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종교적으로 그들을 상대하려면 매우 피곤했기 때문입니다.
유대교는 로마제국의 관용 아래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종교였습니다. 덕분에 그들 안에서 일어나는 종교적 분쟁들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권한까지 소유한 상태였습니다. 그들이 원한다면 종교적 이단으로 판명된 자들은 직접 처형할 수도 있었지요. 훗날 스데반 집사가 제국의 간섭 없이도 산헤드린의 판결만으로 투석형을 당해 순교한 것처럼요. 아무튼 빌라도는 십자가 사건 전까지는 ‘나사렛 예수’라는 인물에 관해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대의 종교지도자들은 굳이 로마의 손을 빌려 그를 처형하고 싶어했습니다. 특히 그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여야한다고, 집요하게 빌라도를 귀찮게 했지요.
아무리 봐도 나사렛 예수는 기존의 반역자/정치범 명단...
저서 - 『지금 우리가 갈라디아서를 읽는 이유』 (두란노)
성서학과 성서해석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부산에 소재한 광야교회의 목사로 사는 사람이다.
성서(성경) 이야기들에 시덥잖은 상상력을 가미한 소설을 쓰는 게 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