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란 뒤안길

퇴치1
퇴치1 · 주로 애니메이션
2023/07/13
영화 <토니 타키타니> 리뷰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1.
그의 이름, '토니 타키타니.' 요상한 이름이다. 우리로 치면 '토니 안' 정도가 되려나. 자식을 얻음으로 아내를 잃은 남자에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미군 장교가 패망한 일본의 서구화를 점치며 자기 이름을 줬다던가. 일반을 벗어난 뒤집힌 이름이 예비하기라도 하듯 토니는 외롭고 쓸쓸한 유년을 보냈다. 어머니는 토니의 출생과 동시에 세상을 떴고, 재즈 음악가인 그의 아버지 '쇼자부로'는 역마라도 낀 양 언제나 이곳저곳 누비고 다니기 바빴으니까. 미술에 재능이 있어 일러스트레이터로 성장한 토니는, 그래서 고독하다. 하지만 그는 고독을 알지 못한다. 날 때부터 두 눈이 잠겨 있던 이들에게 눈이 멀었다고 말하진 않는 것처럼. 토니에게 고독은, 고립은 몸의 일부처럼 꼭 달라붙어 있는 개념 같은 것이(었)다. 그녀, 에이코를 만나기 전까지는. 사무실 직원으로 만난 그녀. 옷을 잘 입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는 에이코를 보고, 느끼며 토니는 자기 삶이 얼마나 고독했는지 실감한다. 그리고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는다. 다섯 번째 만남 만에 토니는 에이코에게 청혼한다.

이치카와 준 감독의 2004년 작 <토니 타키타니>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동명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다. 하루키의 소설은 영화화하기 어렵다고 정평이 나있다. 성공 사례는 <버닝> 정도일 것이다. 그마저도 이창동식의 과감한 번안과 한국 영토에 맞는 로컬라이징으로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으니 더 말할 게 있을까. 그래서일까, 이 영화 <토니 타키타니>는 자신이 하루키 소설의 리메이크란 사실을 감추려 애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나레이션을 둬 배경, 상황, 정서를 설명하고, 때로 나레이션의 멘션을 인물이 이어받는 연출은 원본을 긍정하는 명백한 제스처로 보인다(나레이션을 맡은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또 하나의 하루키 원작 성공 사례인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아내와 사별한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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