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무살은 온통 ‘지인능욕’이었다 📨

원은지
원은지 인증된 계정 · 추적단불꽃
2023/04/05
alookso 원은지
 장물결(가명), 2001년생. 2020년 3월부터 ‘지인능욕’ 피해자 연대에서 활동했다. 


2020년 1월 1일, 스무 살이 되었습니다.
수험 공부에 지칠 때마다
성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따로 적어 두며 고대하던 바로 그 어른,
그날 밤 SNS에 자축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대학에 입학해 난생처음 집을 떠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는 설렘도 컸습니다.
하지만 떨리고 설레던 마음은 불과 며칠 뒤
두려움과 분노, 공포로 바뀌었습니다.

N번방 사건이 세상이 떠들썩하던 그해 3월,
‘텀블러’라는 해외 사이트에
누군가가 저를 ‘지인능욕’한 게시물을 올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지인능욕’ 대부분 범죄가 그렇듯,
제 신상정보와 제가 SNS에 올렸던 사진,
성적으로 저를 비하한 허위 사실이 게시돼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했습니다.
피해 사실을 확인하러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저와 같은 피해를 본 여성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텀블러에서 ‘지인능욕’을 검색하면
무한 스크롤에 가까운 게시물이 나왔습니다.

그 무렵,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지인능욕’ 피해자 연대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다들 텀블러 등 SNS에 피해 게시물이 올라왔다고 했습니다.

전 운영하던 인스타그램 계정을 적극 활용해
추적단불꽃, 여러 방송국과 인터뷰하며
지인능욕이 어떤 범죄인지 알리는 등
온라인 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활동을 지지해주는 팔로워만 1천 명이 넘었습니다.

연대 활동을 했던 석 달 동안
피해자 몇 분은 가해자를 잡았습니다.
언젠가 저도 가해자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습니다.
서로 위로하면서 많은 힘을 얻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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