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의 고고인류학 346편 - 서서히 드러나는 우크라이나군 장성들의 비리와 군 기강 문제의 실체

알렉세이 정
알렉세이 정 · 역사학, 고고학, 인류학 연구교수
2024/06/26
우크라이나군의 내부 문제에 대해 폭로한 자는 우크라이나군 제46 공수강습여단 대대장이다. 그는 한국식으로 보면 우크라이나 공수부대에 속해 있는 셈이다. 그는 쿠폴라(Купола)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하는 아나톨리 코젤(Анатолий Козел) 소령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막대한 병력 손실과 더불어 훈련이 부족한 신병들을 이끌고 반격 작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큰 문제가 있다고 발언했다. 코젤 소령은 이 인터뷰로 인해 직위 해제되었고, 그는 스스로 전역을 선택했다. 그와 같은 인터뷰 등으로 인해 코젤 소령은 우크라이나군의 감찰을 받고 있다고 한다.
사진 : 최전선의 우크라이나 군, 출처 : Hовости, SCANPIX / EPA / YAKIV LIASHENKO

우크라이나 매체인 스트라나.ua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군 내부에 대한 취재에 들어가 '쿠폴라'의 발언 등을 검증하여 취재한 뒤, 지난 24일에 이를 기사화하여 이를 발표해 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군 부대 장교들과 하사관, 사병들이 '쿠폴라'가 지적한 군 내부 문제들을 인터뷰하고 코젤 소령의 발언 자체를 증명했다고 하였다. 따라서 현장 지휘관의 명령을 거부한 병사에 대해 형사 처벌을 강화한 우크라이나의 병역법 8,271조가 개정된 뒤, 최전선으로 배치되는 것을 거부하는 병사들이 많아졌다고 폭로했다. 그 이유로 인해 군사 작전상의 문제와 각종 뇌물을 받고 최전선 배치 대상에서 빼주는 지휘관들의 불법 행위 등을 파악했다고 하였다. 

다른 것도 아니고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 매체이다. 우크라이나 매체에서 이와 같은 폭로를 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셈이다. 지난 2022년 전쟁 초기에는 우크라이나의 젊은이들이 애국심으로 넘쳐 군대에 자진 입대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주로 2014~2022년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동부지역 군사 작전, 혹은 돈바스 재통합작전 및 친러반군에 대한 대테러 작전에 참전한 적 있는 우크라이나 예비군 동원 1, 2순위의 즉시 전력감인 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군 경험이 없는 자원 입대자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이들은 주로 우크라이나 영토방어 부대(Подразделения территориальной обороны ВСУ)인 지역 향토 예비군으로 편성되었다. 이들 향토 예비군 입대자들은 훈련소를 거치지 않고, 수당 30,000 흐리브나 (한화 약 105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후방 검문소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예비군 배치와 편성은 러시아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2022년 중반 이후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의 정규군이 상당한 양의 병력 손실로 인해 최전선 병력이 부족해지자 예비군 부대도 전투 현장으로 가야 했다. 예비군 부대원들은 최전선에 배치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인터넷에는 전방 배치를 거부하는 영상들이 잇달아 올라왔고 신병들조차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고 전선에 배치되었으며, 현장에는 중화기와 탄약이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예비군 부대원들이 전선 배치를 거부할 경우, 이들을 형사적으로 처벌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최근까지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우크라이나 형법 402조 4항에 의하면 계엄령 발령시 명령 불복종에 의해 처벌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고발된 병사는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지휘관들이 전선에 배치되는 것을 거부하는 자들을 거 군법에 회부하게 되면 부대원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지휘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스트라나.ua 취재에 응한 병사들의 증언으로 보면 우크라이나의 모든 부대에는 평균적으로 약 10~15%의 전투 참가 거부자가 있다고 한다. 주둔지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욱 많다고 하며 문제는 이러한 현지 상황을 지휘관들은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이들을 2선, 혹은 3선 방어선에 배치한다고 한다. 거기서 참호를 파고 장작을 자르고 후방 지원 업무를 맡는다고 했다. 수당(돈)을 받지 않아도 괜찮다면서 목숨 값이 더 비싸다고 하였다. 다만 여기에서 형사 고발을 당하는 병사들은 주로 최전선에서 이탈해 동료 전우들을 어려움에 빠뜨린 자들이라고 하였다.

중대장 이하 장교들과 하사관들도 최전선 이동 명령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대대장급 이상은 최전선이 아닌 곳에 설치된 부대 지휘소에서 원격으로 명령을 내린다고 한다. 대대장급 이상 되는 장군들도 최전선에 직접 가는 것을 꺼려한데다 가끔 짧게 전투 현장을 방문한다. 이는 우크라이나 장군계급들도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하여 최전선에 가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는 것이다. 최전선에 주둔 중인 지휘관들은 소령, 대대장급들 중 상당수와 최전선에서 근무했던 병사들 중 상당수가 최전선으로의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전쟁 초기에는 많은 동기 부여가 있었고, 신념이 강하고 경험도 풍부한 용감한 전사들이 많이 있었으나, 이제는 그들이 많이 전사했다고 하였다. 몇 차례 동원령으로 인해 새로 동원되거나 증원된 병사들은 전투 의욕은 물론이고 체력면에서도 이전의 경험이 있던 예비군 병력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이들은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고 배치된 이들도 많다고 했다. 스트라나.ua는 "쿠폴라"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의 폭로가 바로 이 문제라며 스트라나.ua 인터뷰에 응한 지휘관들도 '쿠폴라'의 발언에 동의했다고 하였다. 

더욱 우려할 만한 사실은 지휘관들의 불법 행위로 나타난다. 스트라나.ua는 일부 지휘관이 부하를 '추가 돈벌이'로 이용한다며 매우 비판했다. 그로 인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군법에 회부된 사건도 있다고 했다. 그에 대한 일례로 볼 때, 어떤 한 부대 지휘관은 부하로부터 12만 흐리브냐(한화 약 421만 원)를 받고 해당 군인을 안전한 다른 부대로 전출시켰다고 한다. 또한 최전선으로 나가고 싶지 않으면, 거부하거나 상관에게 돈을 주고 후방에 남는게 최선이라 했다. 

스트라나.ua가 전한 우크라이나군의 불법 행위들을 보면, 휴가에는 10,000~15,000 흐리브냐 (한화 약 35만 원~52만 원), 보급 창고 관리와 같은 좋은 보직에는 최대 50,000 흐리브냐 (한화 약 175만 원)이 걸려 있다고 한다. 또한 술에 취하고 마약을 하다 걸려도 10,000~20,000 흐리브냐 정도 벌금을 내면 그냥 넘어간다고 한다. 후방 어딘가의 경비부대로 전출하려면 1,000~2,000 달러가 들지만, 3개월이면 충분히 그 비용을 뽑는다고 했다. 물론, 모든 부대가 이렇다는 건 아니지만, 후방 부대일수록 비리가 더 많다고 한 고위 하사관이 이 매체에 고발했다.

이는 한국뉴스와 서방언론에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이며 우크라이나군은 한 마디로 군 기강이 개판인 것이고 온갖 비리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한 비리와 각종 군 내에서 발생하는 부정부패들을 저지르고 후방으로 빠지는 것으로 볼 때 최전선에서 바그너 그룹을 지휘하는 프리고진이나 체첸 용사들을 직접 전선에서 독려하는 람잔 카디로프와는 정 반대의 모습인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장군들이 솔선하여 최전선을 돌아보고 지휘하지 않는데 예하 장교들과 부대원들 중 누가 최전선에 가는 것을 당연하다 생각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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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의 역사학자 고고학자, 인류학자. 역사, 고고, 인류학적으로 다양하게 조사, 연구하기 위해서 역사, 문화적 체험을 중시하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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