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의미를 되찾은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 - 슬로시티 운동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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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1
슬로시티 운동에 관하여(한산신문)

"시간의 의미를 되찾은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 - 슬로시티 운동에 관하여

슬로시티 운동이 처음 시작되었던 이탈리아 그레베 인 키안티(Greve in Chianti)의 ‘치타슬로(cittaslow) 선언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시간의 의미를 되찾은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 그들은 이탈리아 그레베 인 키안티나 전남 신안 증도뿐만 아니라 멕시코 치아파스의 밀림 속에도 있습니다. 

1994년부터 투쟁을 계속해 오고 있는 사파티스타 민족 해방군(Ejército Zapatista de Liberación Nacional, EZLN)은 서구화되고 근대화된 멕시코 정부의 ‘시간’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자본주의 일반에 적용되는 바로 그 시간에 반대한 것입니다. 1995년 멕시코 정부와 사파티스타 간의 협상 과정에서 양측은 ‘시간’의 개념을 두고 또다시 인식차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 사건은 일면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처럼 희극적이지만, 민중의 시간에 대한 통제와 수탈이야말로 자본주의의 핵심적인 양상임을 상기하게 합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들의 시간’을 존중받으려는 사파티스타의 입장은 강고했습니다. 치아파스 농민들의 시간은 유구한 세월에 걸쳐 형성된 고유의 생활 리듬과 박자를 반영한 것으로 모든 국민에 동시성의 원리를 강제하는 표준 시간 체제를 역으로 문제 삼습니다. 

1994년 1월 1일 사파티스타가 “이제 그만(!Ya Basta!)”이라는 구호를 선언했을 때, 신자유주의적 현대화 과정에서 부정되고 말살되어온 온갖 삶의 형태, 그 존엄성을 인정받고 지키기 위한 반란의 구호는 세계적 공명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제 그만”을 외치는 투쟁의 자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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