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미 저, <괭이부리말 아이들>: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하는 거랬어요

장파덕 · 20대 청년 법조인
2024/01/09

영화 장르 중에서 스릴러와 추리물을 좋아한다. 쉬기 위해 영화관에 가는 건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영화도 머리 굴리면서 봐야 하는 영화를 자주 본다. 재미는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진이 빠진다. 줄거리 이해하랴, 복선 파악하랴, 다음 전개 예상하랴, 떡밥이 회수되는지 신경쓰랴. 분명 2시간 동안 앉아만 있었는데, 신체와 두뇌가 긴장해서 그런지 어딘지 에너지를 많이 쓴 기분이다. 그래서 가끔은 그냥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 줄거리는 단순하고 복선이니 흑막이니 반전이니 하는 것 따위는 전혀 없더라도, 사람 마음 속 깊이 울림을 주는 그런 영화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감동받고 싶고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줄거리가 복잡한 책이 아니다.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고등학생 정도가 읽으면 딱 좋을 것 같은 그런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선한 인물이고, 그들은 부조리한 사회가 어떤 시련을 주더라도 어떻게든 희망을 찾아 나가려고 한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서로를 도우려 한다. 배신이나 반전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못해 시시하다고 볼 수 있는 줄거리이다. 그런데도 괜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주인공들이 시련을 어떤 방식으로 이겨내려고 할지 궁금해진다. 뻔한 이야기인 걸 알면서도 감동받고,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위로받는다.

 초등학생 시절에 이 책을 읽어 본 적이 있었다. 약 20년 전의 소감을 자세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 때는 그저 이야기 흐름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정도에서 그쳤던 것 같다.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고 있구나. 이 정도의 감상에서 그쳤던 것 같다. 지금, 이 책에 나오는 영호 삼촌보다도 살짝 많을 나이에 다시 이 책을 읽으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포근해진다. 고차원적인 비유도 은유도 상징도 없고, 복선도 흑막도 반전도 없는 밍밍한 이야기인데, 오히려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라서 더 마음을 움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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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인 삶, 인간다운 삶에 관심이 있습니다. 정치학과 법학을 전공하였습니다.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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