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그 낱말의 어려움?

이길용
이길용 · 종교와 문화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
2024/01/11
독일의 신진 철학자 본 대학의 마르쿠스 가브리엘이 쓴 <나는 뇌가 아니다>를 우리말 번역본과 독일어 원본으로 읽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말로 읽다가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원문을 대조하는 방식으로요~

우선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1980년 생으로 20대 후반에 본대학의 철학교수로 임용된 독일의 잘나가는 신진 철학자입니다. 최근 활발히 연구 성과물을 쏟아내는 신경과학에 영향을 받는 이들이 유물론적 입장에 경도되는 것과는 달리, 가브리엘은 비물질적 실재를 인정하며 정신철학을 전개하는 철학자입니다.

여기서 가브리엘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생각은 아니고.. 번역어 관련 문제를 이슈로 다뤄볼까 합니다.

이 책의 서론을 우리말로 읽고 있는데,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자연주의와 반-자연주의 중에 어느 쪽이 궁극적으로 옳으냐는 질문은 철학이라는 학술 분야를 위해서 뿐 아니라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관계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느낌이 좀 쎄해 집니다. 바로 '인문학'이라는 용어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 대부분 '인문학'이라는 단어의 경계는 모호하고 쓰이는 용례 또한 광범위합니다.

본디 인문학을 가리키는 라틴어는 'humanitas'로 <3학 4과>라 불리는 학부에서 배우게 되는 7개의 과목(문법, 수사학, 논리학, 대수학, 기하학, 천문학, 음악)을 말합니다. 이들 수업이 행해지는 것을 '자유학예'라 부르고, 이 과정을 마치면 대학원 과정으로 의학, 법학, 신학을 선택하여 학업을 이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 사회 광범위하게 퍼진 인문학이라는 단어는 '교양학'이라 번역하는 것이 맞습니다. 뭐 전에도 한번 비슷한 이야기를 했으니 여기서 이 주제를 다시 재탕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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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Marburg대학교 종교학 박사. 학위 후 귀국하여 지금은 서울신학대학교 교수로 일하고 있다. 주 관심 분야는 ‘동아시아 종교’, ‘종교학 방법론’, 그리고 ‘해석학적 문화 비평’이며, 제대로 된 <한국종교사상사> 하나 펴내는 오랜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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