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샤워기가 있는 화장실이 포함된 방에 있다. 방에는 침대, 쇼파, 옷장, 작은 서랍장, 냉장고, TV가 있고 와이파이도 잘 잡힌다. 쇼파에 앉아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면서 출입문까지 거리를 보면 대략 5m 정도가 되고, 천장을 바라보니 에어컨도 달려있다. 새하얀 벽에 바닥에는 무난한 회색 대리석 모양 장판이 깔려있다. 이곳은 신축한 쾌적한 원룸이 아니다. 집에서 가까운 병원의 1인 병실이다.

얼마 전, 아내가 정기 건강검진에서 추적 관찰해야 하는 용종(물혹)의 조직검사를 했고, 결과가 유방암으로 나왔다. 최대한 빨리 진료와 수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재벌 2세도 정치인도 아닌 평범한 마흔 아저씨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온 인맥을 총동원하는 것 뿐이었다. 다행히 지인을 통해서 집에서 가까운 종합병원에서 빨리 진료를 받고, 취소된 수술 예약이 있어서 수술일도 빨리 잡았다. 아내가 2018년에 아들을 출산 시에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보호자인 나는 수술동의서를 읽고 서명을 해야만 했다. 이번 아내의 유방암 수술은 내가 아닌 환자인 아내가 직접 수술동의서를 읽고 서명을 마쳤다. 하지만, 내가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아닌 이상, 수술이 진행되는 2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수술실 밖에 앉아서 기다리는 것 뿐이다.

수술이 잘되기를 기도하면서 좋은 생각만 하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