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숲에서 칫솔을 외치다 - 기업은 당신의 목소리를 찾고 있어
2021/10/29
"어머, 이게 뭐야? 장난감같이 귀엽네."
"선미가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것 같아서 챙겨 왔어."
지난겨울, 칫솔을 한 자루 선물 받았다. 비누부터 이불까지 나이를 먹으면서 생필품을 선물 받는 일이 늘었다만 칫솔은 처음이었다. 나쁘지 않아. 아주 좋아. 대나무로 만든 칫솔의 촉감은 포근하고 보드라워서 오늘 아침까지 썼던 플라스틱 칫솔의 손잡이를 다시 쥐면 손이 얼어붙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일었다. 무엇보다 이 칫솔. 힙해 보인다.
MBTI 없이 나 자신을 소개할 수 없는 시대라는데, 취향이나 생각을 말하려면 목구멍에 거름망이 걸린 것처럼 정작 제일 크고 묵직한 건더기는 속에 남기고 우러난 국물만 넌지시 흘려보내는 나를 볼 때 내향성을 실감한다. 그러다 이렇게 관심사를 알아채 준 배려를 받고 나면 역시 떠벌려야 지식도 모이고 사랑도 느끼는 거야 하고 다시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준비되지 못한 말은 할 줄을 몰라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앉아서 이렇게 문장을 늘어놓았다 훔치기를 반복하며 하고 싶었던 말을 어렵사리 발견하는 처지지만 자신을 드러낼 때 배움이 모인다는 것쯤은 안다. 사람은 생각보다 순수하고 선량해서 애정 하는 그이에게 도움 되는 것이라면 무어라도 물어다 주고 싶고, 생각했던 대로 영리하고 아는 체하기를 좋아해서 내가 관심 두는 것이라면 곁에 찰싹 달라붙어 머리든 몸이든 자기 안에 든 걸 떠벌리고 물물교환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찬란했던 르네상스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찾아왔고, IT의 성지는 모름지기 실리콘밸리와 판교이며, 돈은 자고로 월 스트리트와 상해로 흘러야 마땅하다.
이런 물건이 있다는 데 감탄한 건 잠시였다. 나는 근심도...
환경 보호와 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차를 산 것은 생활 전반에 영향을 줘 너무 잘했다고 까지 생각해요.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은 소심하게 목소리를 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