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픽션 ) 남은 수명 1시간
"소행성 충돌까지 단 1시간 남았습니다. 소행성 충돌까지 단 59분 남..았...." 건전지가 다 닳았는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점차 사그라든다. 마당을 보니 다람쥐 한 마리가 잠시 멈춰 섰다가, 라디오 소리를 알아듣기라도 한 듯이 곧장 숲 방향으로 뛰어갔다.
지구 반대편의 교포들이 모여 해킹한 라디오 채널이라고 했다. 평소라면 수 분도 되지 않아 해당 채널이 막혔겠지만, 지금은 이를 막을 방송국 사람도, 경찰도 없었다. 저어기 하늘 위로 작게 보이는 점 하나 때문이었다. 소행성 A561Z. 그것이 예상 궤도를 벗어났던 것은 불과 수 시간 전의 일이었다. NASA의 내부고발자가 올렸다는 SNS 캡쳐본이 나돌아다니는 덕에, 일반인들도 그 소식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한 시간.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단 한 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늘려보겠다며 핵 미사일을 쏘아올린 몇몇 국가 소식도 올라왔었지마는, 그럴때면 곧장 그것들이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의 글이 인터넷을 가득 채웠다. 그들이 앞다투어 올리는 천체 사진을 흝어보던 지후는 이내 그들의 말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소행성의 궤도며 겉모양 등이 처음의 그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므로.
아시아에서 유럽 쪽으로 충돌 위치 정도는 틀어졌을지도 모르지.
생각하던 지후는 고개를 저으며 그 옆의 인터넷 탭을 눌렀다. 지구 한 가운데에 떨어지던 지구 표면을 스쳐가던, 저 정도의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힌다면 어차피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은 당연했다. 당장 땅굴 속으로 도망쳐 코빼기도 안 보이는 정치인 중 한 두명은 살아남을지도 모르지마는.
지후가 이번에 누른 인터넷 탭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였다. 도시 풍경을 내려다보는 구도의 실시간 스트리밍 영상. 중간 중간 바람소리와 함께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드론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