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함의 아름다움 - 노인의학과 전기차

정희원
정희원 인증된 계정 · 의사, 노인의학 연구자
2023/01/25
이 글은 2017년에 전자신문에 기고하였던 것이다. 편집된 원고는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다(https://www.etnews.com/20170410000246

이 글을 쓴 시점부터 6년여가 흘렀다. 당시 내가 근무하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는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이 전무했고, 전기차에 대한 두려움이나 두려움에서 근거한 적개심이 만연했다. 2016년부터 배터리전기차(BEV)인 현대 아이오닉 EV를 사용하던 나는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KAIST에 설치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종국에는 총장님께 메일을 보내기까지 했다. 그런데, 불과 1-2년만에 처음에는 전기차 충전 설비를 설치하는 것에 반대하시던 KAIST의 시설/행정 부서에서 업무용 차량을 적극 구매하여 사용하기 시작했고, KAIST에는 다양한 급속, 완속 충전 시설이 갖춰지게 되었다. 그 후로 몇 년이 흘렀고, 배터리 전기차는 시대의 조류가 되었다.
 
이처럼 처음에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자고 하면 일단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장점을 경험한 사람들은 금세 새로운 움직임에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이폰이 들어오기 전에는, 우리나라에서 휴대폰으로 와이파이를 쓸 수 없게 되어 있었지만, 아이폰이 갈라파고스 같던 국내의 통신사 시스템을 위협했기에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강국이 될 수 있었다. 노인의학의 개념도 마찬가지다. 많은 의학 학술 단체는 노인의학의 문제를 '밥그릇'의 문제로 우려하고, 정부는 '불필요한 비용' 문제로 생각해서, 고령화 속도는 최고속인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도 노인의학이 공식 전문과/분과/세부전문과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 OECD국가 중 이런 나라는 에스토니아, 포르투갈, 한국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바뀔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의과대학 시절 호른을 공부하며 근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근감소증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내과 실습에서 노인의학에 매료되었고, 노쇠에 대해 연구하다가 공부에 갈증이 생겨 이학박사를 했다. 늘 세상에는 한두 가지 법칙에 따라 끼워 맞춰지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4
팔로워 751
팔로잉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