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라는 이야기를 전할 때

아듀 레비나스
아듀 레비나스 · 글쓰기 좋아하는 의사
2023/02/05
1.
30대 싱글인 그녀에게 위내시경 조직검사 결과를 말할 때 나는 일체의 주저함도 없었나 보다. 물론 말을 천천히 했을 테고 중간 중간 뜸을 들이기도 했을 테지만 일단 조직검사 결과가 암이라는 말을 하고 난 뒤에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그녀가 해야 할 일과 과정,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말해주었다.

‘우선 대학 병원을 정하셔야 해요.’
‘가족 분들과 상의해서 어느 병원으로 가실 지 결정하셔야 하고요.’
‘예약이 힘드시다면 저희가 예약을 도와드릴 수도 있어요.’
‘대학에서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달라고 할 거예요.’
‘대학마다 요구하는 것이 달라서 염색된 것이 몇 장인지, 비염색이 몇 장 필요한지 알려주세요.’
‘그러면 저희도 조직검사한 병리 의원에 슬라이드 제작을 의뢰할 거예요.’
‘병기는 수술을 해 봐야 알겠지만 좀 걸리는 것이 위암이 있는 부위와 떨어진 곳에 주름이 정상과 달리 많이 두꺼워져 있어요.’

그녀가 잠시 내 말을 끊었다.
‘저기요… 선생님… 그런데 지금 제가 너무 어지러워서요…’

그제야 그녀의 얼굴을 보았는데 식은땀에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은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아니 거의 쓰러지다시피 한 그녀를 바로 수액실로 옮겼다. 미주신경성 실신이었다.

2.
보통 조직검사는 4일에서 5일 만에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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