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도시

실컷
실컷 ·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문화비평
2023/11/05
<블레이드 러너>의 한 장면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도시
 
『블레이드 러너』(1982)는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도시 풍경으로 시작한다. 자막으로 2019년 11월의 로스앤젤레스라고 명시되지만, 그것은 영화가 보여주려는 미래 세계에 임의로 부여된 좌표일 뿐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찬찬히 살펴보면 거기에는 서로 다른 도시들, 서로 다른 시대의 미래적 이미지가 비논리적으로 중첩되어 있다. 도시가 지평선 너머로 평평하게 확장되는 로스앤젤레스의 경관에 고층 건물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뉴욕의 인상이 중첩되고, 거기에 굴뚝에서 불길을 내뿜는 영국 북부 공업 단지의 분위기와 미래적인 비행 장치들이 더해진다.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본 거리 풍경은 홍콩과 도쿄의 이국적인 기호들로 채워진다. 그것은 서로 다른 시공간을 연결하는 포탈처럼, 다양한 스타일로 꾸며진 실내 공간들 사이의 간격을 메운다. 

모든 영화는 합성된 세계상을 보여준다. 레이어와 레이어 사이, 장면과 장면 사이,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 무엇보다도 스크린과 관객 사이에 간극이 있다. 영화는 끊임없이 이 간극을 뛰어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데, 그것은 기술적 장치인 동시에 일종의 심리적 마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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