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 게양 사건에 대한 감상

김민하
김민하 인증된 계정 · 정치병연구소장
2023/03/03
아파트 발코니에 일장기를 걸었다는 사람 뉴스를 보니 심란하다. 우리 연구소의 아주 전형적인 연구 대상이신 분이 나타난 것 같다.

저는 사실 누가 자기 집에 뭘 걸든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다. 3.1절에 일장기를 걸겠다고 고집부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 공동체는 3.1절과 같은 날에 태극기를 걸기로 했지만 강요하거나 안 걸었다고 책임을 묻지는 않기로 했다. 어디에든 사고방식이 특이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그런 점에서 보면 집에 뭘 걸든지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런 제가 갑자기 관심이 생긴 건 이 독특한 인물이 우리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공감하는 의미로 일장기를 걸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인물은 3.1절 기념사의 무엇에 공감한 것인가? 한일이 앞으로 함께한다? 역대 대통령들도 제각기 논리의 차이는 있었지만 일본을 국제사회의 주요 동반자로 거론하고 협력을 모색하자고 한 건 다 마찬가지였다. 그 협력의 방식에 대하여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언급하는지가 달랐을 뿐이다.

저의 이러한 의문은 동네 사람들이 항의하자 이 ‘자칭 일본인’이 했다는 말에서 해소되었다. 이 인물과 그 가족은 자신에게 항의하는 사람들을 ‘조센징’, ‘대깨’, ‘운동권’으로 지칭하였다고 한다. 조센징은 뭐 더 말할 것도 없으니 그렇다 치고, 결국 ‘운동권-민주당-진보’ 일당들에 대한 적개심을 일장기 게양으로 표출한 것이다. 자기가 돈도 더 많이 벌고 세금도 더 많이 낸다고 했다니 어떤 캐릭터인지 파악된다. 정확히 우리 연구소의 연구 대상 중 한 부류에 속하는 분이다.

하나씩 생각해보자. 3.1절에 ‘운동권-민주당-진보’ 일당들에 반대하는 방식은 반드시 일장기 게양이 되어야 하는 걸까? 아니다. 한일 간 관계개선을 염원하는 의미라면 최소한 두 개를 같이 걸었어야 할 거다(그것도 용납이 되었을까는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일장기 게양은 제 나름의 논리를 담은 행위라기 보다는 그저 진영 간 대립구도의 표식처럼 보인다. “너희가 반일했으니 나는 친일하겠다”는 식이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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