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선택을 하기까지... '비상선언'이 말하려 한 것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9/15
어떤 선택도 사전에 결과를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결과를 가정한 채 선택하길 멈추지 않는다. 분명히 더 나은 선택이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낫고 못하고의 기준은 대개 나로부터 출발한다. 나의 이득이며 손해다. 비겁이며 불의가 그렇게 태어난다.

반대쪽엔 미덕들이 있다.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동기에서 출발한 선택들이다. 의롭고 자긍심 가득하며 이타적이다. 그러나 그 선택이 손해로 이어질 게 분명해 보인다면 기꺼이 그 선택을 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말하자면 선택은 결과를 알 수 없어 무거운 것이다.
 
▲ 비상선언 포스터 ⓒ (주)쇼박스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재혁(이병헌 분)은 끊임없이 고민한다. 자기가 관제탑의 지시에 따랐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기장이던 그의 판단으로 비상착륙은 성공했다. 승객은 모두 살았다. 그러나 승무원 둘이 폭발로 숨졌다. 그중 하나가 부기장 현수(김남길 분)의 아내였다.

사고는 많은 것을 달라지게 했다. 재혁은 공황장애를 얻고 직업을 잃었다. 그 좋아하는 비행을 다시는 하지 못하게 됐다. 현수는 재혁을 원망했고 둘은 화해하지 못했다. 사건은 벌어졌고 되돌릴 수 없게 됐다. 재혁의 선택이 옳았는지, 관제탑의 명령에 따랐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지 알 수가 없다. 그게 이들의 괴로움이다.

재혁은 승무원들의 죽음에도 제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수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모두 눈앞의 재앙적 결과보다 더 큰 실패를 피했단 걸 확신할 수 없다.

<비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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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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