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과학 영역으로 진입하는가? 과학철학의 입장에서 톺아보기

권석준의 테크어댑팅 인증된 계정 · 첨단과학기술의 최전선을 해설합니다.
2023/07/28
한국의 대표적인 과학 셀럽으로도 유명한 카이스트의 뇌공학자 정재승 교수는 카이스트에 몇 년 전 개설된 명상과학연구소에 참여하겠다는 글을 개인의 SNS에 쓴 적이 있다. 이 연구소에서 추진하는 연구 중, 뇌과학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명상을 본격적으로 과학적 연구의 장으로 진입시켜 연구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거대한 연구중심대학에서 명상을 제도권 과학의 영역으로 가져와 연구하겠다는 것은 일견 도전적이고 또한 창의적인 접근으로 보인다. 사실 KAIST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연구 중심대학에서도 명상을 비롯한, 다양한 수행, 심지어 종교적 행위를 제도권 과학인 뇌인지과학, 신경생리학 등의 분야에서 재정립하여 연구하는 프로젝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연구 자체가 과학의 방법론을 거치며 재현 가능성을 탐색하고 그 결과가 학계에 투명하게 보고된다는 가정 하에, 충분히 가능하고 일부는 환영받을 수 있는 연구일 것이다. 그렇지만 명상은 이미 과학으로 진입하기 전부터, 종교적 수행 과정이나 일부 유사과학 단체들의 주요 아이템으로 많이 언급되고 시행되는 활동이라, 자칫하면 제도권 과학으로의 진입이 이들에게는 트로이의 목마 같은 도구가 되는 것인 아닌가 많은 이들이 염려한다. 정말 명상이 이러한 유사과학의 시비를 깔끔하게 털어내고 제도권 과학으로 진입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일단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 중, 임상 치료 관점에서 접근하는 연구들은 명상 자체의 놔과학적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 효과가 재현 가능한지, 제어 가능한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피험자들을 많이 모집하여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실험을 설계하고 대조군과 비교하는 일련의 방식을 따라간다. 이는 명상이 아니더라도, 다른 의료 혹은 치료 행위에서 많이 반복되고 있는 증거기반의료 (evidence-based medicine, EBM) 행위의 일환일 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충분한 효능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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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고 방법을 토대로 자연과 사회를 해석합니다. 반도체, 첨단기술, 수학 알고리듬, 컴퓨터 시뮬레이션, 공학의 교육, 사회 현상에 대한 수학적 모델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반도체 삼국지 (2022)', '호기심과 인내 (2022, 전자책)'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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