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되는 기억, 만들어지는 이야기 - 비전향장기수 관련 뉴스 프레임

말랑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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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9
이인모 노인의 송환 장면(한겨레)

소환되는 기억, 만들어지는 이야기 - 비전향장기수 관련 뉴스 프레임

비전향장기수 주제 소설을 고찰하기에 앞서 이 글에서는 비전향장기수의 기억이 서사화되는 과정/양상을 단계별로 살펴보았다. 비전향장기수라는 특정 인물(군)의 기억을 서사화한 ‘비전향장기수 이야기’는 90년대 초반부터 교과서, 잡지, 신문, 소설 등의 매체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전해지는데, 비전향장기수 문제가 공식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사회의 하부체계로서 정보의 유입 및 통제를 담당하는 언론을 통해서였다. 그 가운데서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이자 북한에서 최대 부수를 가진 신문인 <노동신문>은 비전향장기수 문제를 공중의 의제로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1993년 <노동신문>에는 「리인모로인의 송환을 요구」라는 글을 시작으로 총 180건에 이르는 비전향장기수 관련 기사가 실린다. 특히 이인모의 송환 시점을 전후해 관련 기사가 급증하는데 송환 당일과 이튿날은 전면에 걸쳐 이인모에 관한 소식이 보도된다. 이 시기 기사들은 ‘환영의 꽃바다, 춤바다’와 같은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송환 현장을 민족적 축제의 장으로 묘사한다. 또한 3월 14일자 기사까지만 해도 이인모에 대한 호칭은 ‘로인’에 한정되었으나 19일을 기점으로 그에 대한 호칭은 ‘동지’ 혹은 ‘영웅’으로 변화한다. 아울러 송환 이후부터는 ‘신념과 의지의 화신’, ‘역경을 이겨낸 불사조’, ‘민족의 자랑스러운 아들’, ‘불굴의 인간’ 등 이인모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과잉된 수사들이 활용되기 시작하며, ‘귀환/귀환하다’ 혹은 ‘귀향/귀향하다’라는 표현이 ‘송환/송환되다’와 더불어 빈번히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정황은 북한 사회에서 이인모의 지위가 승격되었음을 말해주는 동시에 그를 영웅화하는 작업이 본격화되었음을 알려준다. 

한편 2000년도 <노동신문>은 93년의 경우와 달리 남한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자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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