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단상] 의사 선생님의 글씨와 법률 - 나에게로의 초대

평범한 직장인 · 엔지니어
2023/02/14
권위는 타인의 인정에서 생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저 역시도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을 다짐하며 참고서를 사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나름 공부를 잘하고 싶어서 수준 높다는 참고서도 사서 보게 되었는데, 너무 어렵고 복잡한 내용만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원래 공부를 잘하려면 이렇게 어려운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해보았는데, 점점 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참고서는 분명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쉽게 설명해줘야 역할을 하는 것인데, 이건 참고서를 공부하기 위해 참고서를 사야 할 판입니다.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는 참고서를 내팽개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이 되어 있는 참고서를 사서 보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어렸던 시절에는 우리나라에 권위주의 문화가 깊숙하게 깔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는 연예인 두발과 복장을 규제하였고, 판사, 의사의 권위는 대단했습니다. 수준이 좀 있다는 책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용어를 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릴 때부터 이런 권위주의를 상당히 싫어했습니다. 참고서는 나의 공부를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에 쉬워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글을 어렵게 쓰는 것은 글을 못쓰는 것이거나, 자신이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권위에 대한 생각을 던져버리니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이었던 저는, 머릿속으로 자꾸 세상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신문 사설을 읽는 것이 국어 공부에 좋다고 해서 읽어보았는데, 사설을 쓴 사람의 권위를 생각하지 않으니 글에 허점이 너무 많고 근거 없이 다분히 편향된 의도가 깔린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댓글을 다는 것이 일반적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일 방향 정보 전달이 일반적이었기에, 머릿속에는 수많은 댓글과 불만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지금 병원에 가면 대부분 전산으로 처방전이 나가지만, 과거에는 의사 선생님이 처방전을 손으로 썼습니다. 그런데 이 글씨는 정말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갈겨쓰는 것을 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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