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6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은 어렵다. 이 점에서 필자분의 주장에 공감한다. 이어서 말하자면 어렵다는 것은 심리적 장벽을 이야기 할 듯 한데, 이 심리적 장벽이 단지 '상대와 나 사이에 긴장'이라는 뜻만은 아닌 것 같다. 내 생각에 토론은 그 자체로 불편한 일이다. 

 일단 윗글에서 말씀하셨듯, 옳고/그름이라는 말은 항상 윤리적 함의와 닿아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 바꿔 말하면 "내 의견이 맞다"는 편향을 가지고 있게 된다. 편향이 있어야한다. 그게 윤리적 선택을 가치있게 만든다. 내가 '선택'하는 거니까. 어쨌든 옳고/그름은 사람들의 상식에서는 하나가 맞으면 다른 하나는 틀리다로 귀결된다. 직장에서 '너가 하는 거 그거 틀렸어'라는 말을 들을 때 어떤 생각이 드나. 맨탈이 강한 사람들이야 "고치겠습니다~"하고 넘어가지만 아닌 사람들에게는 타격이 꽤 큰 말이다. 그래서 어쩌면 일상생활에서 틀리다는 말을 듣는 건 지나가던 사람이 별안간 뺨을 때리는 것과 같지 않을까 싶다.

 이게 일상생활의 영역 안에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불같이 싸우던 좌우파 정치인들이 일상 생활에선 술한잔씩 걸치는 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이해관계도 더 많이 걸려있는 사람들일텐데. 그 사람들은 링 위에 올라가서 싸우는 거고, 일반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싸우기 때문은 아닐까. 길거리에서 싸우는 일은 싸움의 승패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머무르는, 길거리와 연결된 공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대는 어슬렁 어슬렁 계속 걸어다닐거고, 일전에 나를 길거리에서 때렸다면 지금 때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무법지대에서의 전쟁이다. 즉 토론이 일어나는 장소에 따라 형성되는 심리적 장벽이 달라진다고 말할 수 있다면, 일상 생활,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가벼운 토론은 가벼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걸 귓방망이의 역설이라고 말하면 너무 천박할까...) 

 본의 아니게 토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싸움'에 비유했지만 토론은 어느 정도 싸움이 될 필요가 있다. 보는 입장에서, 순수하게 재미만을 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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