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 공광규

이윤희 시인
이윤희 시인 · 시민강사/ 시인
2024/06/01
계간 문예감성 23호 2020겨울

소주병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불던밤 나는
문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쯔그려 앉은
빈소주병이었다


소주병은 내가 아버지 나이가 되었을 때 대천해수욕장에서 문우들과 소주를 마시다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시다. 아무리잘살아 보려고 해도 잘살아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아버지가 되어봐야안다. 누가 출세하고, 돈을 벌고, 짐을 늘리고, 자식들 교육을 더 시키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어느 개인이든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아버지들은 고여서 아니면 혼자 소주를 마신다. 아버지와 소주는 친할 수밖에 없다 소주병을 아버지로 비유한 시다.

#계간 문예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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