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의 곡우(穀雨)살이(2024) | 간절함에 흘렸던 눈물
2024/05/06
아무의 방에서 진행했던 제철활동클럽 뜰의 봄절기 마지막 수업은 곡우 글쓰기로 끝이 났다. 곡우 글쓰기의 주제는 '일'이었다. 곡우에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에 힌트를 얻었다. 옛 사람들은 이 무렵 부정한 것은 보지도, 하지도 않았고, 함부로 사람을 들이지도 않았다고 한다. 한 해 농사의 정수인 볍씨를 위해, 한 해 농사를 망치지 않기 위한 간절함이 풍습들로 고스란히 남았다. 도시민에게 이러한 삶의 정수(essence)가 무엇일까 고민했고, 일, 즉 노동에 대한 글을 나누고싶었다. 우리는 노동의 값을 올리기 위해 학창시절부터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 돈을 들여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그 이후로도 평생 진로 고민을 하며 사는 것이니 과언이 아닐 것 같았다. 감사하게도 이번 모임엔 결 출판사 대표님인 규열 님이 클럽 진행을 도와주셨고, 초면이지만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제는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부터였다. 사람들과 한참 나의 정수인 내 일에 대해 떠들고 나니 갑자기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짓을 하고 있나' 하는 자기 의심이 올라왔다. 몸이 힘들어서 그랬을까, 참여자가 두 명 뿐이라 김이 빠져서 그랬을까, 모임이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잘 되지 않아서 그랬을까. 알 수가 없었다. 절기고 뭐고 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뭣도 아닌 내가 자꾸 모임을 만들고 뭔가를 창조하려는 게 같잖고 눈꼴 사나웠다. 내가 뭐라고! 니가 뭔데, 무슨 대단한 일도 아닌데 자꾸 나대는데 하는 내 마음 속 이야기에 직격탄을 맞았고, 그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 다음 날 있는 저녁 요가 수업 전까지도 내 감정에 흔들거렸지만 최대한 그 의심에 빠지지 않고 일상을 잡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