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걸 미미양의 모험

실컷
실컷 ·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문화비평
2023/10/14
오현종,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

솔직히 고백하자면, 난 007 시리즈물을 단 한편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 네이버가 22개의 시리즈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것을 훑고서야 제목이 익은 게 몇 개 보이는 정도다. 가끔씩 TV에서 방영되던 더빙물이 내가 아는 007의 전부다. 원래 선악을 뚜렷이 구분한 후 선의 해피엔딩이라는, 결말이 뻔한 영화를 지루해 하는 편이다. 게다가 반공의 색채가 그득한 체제홍보용 선전물이라면 더더욱 내 관심 밖이다. 

그러나 난 제1대 본드 역을 맡았던 이가 <더 록>에서 텁수룩한 수염의 쿨한 탈옥수, 숀 코너리라는 사실을 안다. 기름을 잔뜩 묻혀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모습이 인상적이던 피어스 브로스넌도 꽤 오랫동안 제임스 본드였다는 사실도. 그런데 이럴 수가. 단 한 명의 본드걸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들이 왜 거기, 그러니까 제임스 본드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지, 그들의 임무가 무엇이었는지. 황톳빛 태양에 그을린 해변에서 007과 진한 장면을 연출하던 그녀들의 실루엣만 얼핏 기억 날 뿐이다. 서둘러 007 메인 홈피에 들러 확인한 결과, 그녀들의 숫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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