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아들의 교회 탈출기 (8)

이화경
이화경 · 프리랜서 작가
2024/04/15
10. 연세 신학  

신학과를 나왔다고 하면 흔히들, ‘검은 사제들’에 나오는 카톨릭 신학대를 연상한다. 금욕적인 금녀의 구역. 일단, 내가 나온 학교는 남녀공학이고, 종합대학 안의 신학과다. 별의별 인종들이 각지에서 모인다. 물론, 나와 같은 목회자 자녀나 모태 신앙이 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기독교와는 전혀 상관없는 애들도 더러 있었다. 모태 불교도 있었고, 모태 무신론도 있었다. 내가 들어갔을 적엔 95학번이었나, 압구정 오렌지족 점쟁이로 명성을 떨치던 선배도 하나 있었다. 실물을 보진 못했지만 얘기는 엄청 들었다. 신학과에서 신입생 전원을 수시로 뽑기로 결정한 건, 기독교와 상관없는 지원자들의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 신학과의 정체성이 흔들릴 정도였기 때문이다. 수능으로만 선발하면 시험 점수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기독교와 관계없는 애들이 대거 유입될 확률이 높다. 그런 친구들은 대개 전과를 하거나 자퇴를 한다. 수시로는 지원자들의 성분 분석을 철저히 할 수 있었다. 자소서나 신앙고백서 등을 통해 거를 수도 있었고, 성경 시험과 심층 면접을 통해 분류해 낼 수도 있었다. 그렇게 100% 수시로 뽑힌 00학번이 탄생한 거다. 아니나 다를까. 면면을 보니 목사 자식들이 대부분이었다. 애들 이름도 참 홀리했다. 류다윗에, 고사무엘, 이바울, 주한나, 이한빛, 조나단 등등... 신입생 OT 때 통성명을 하다 서로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이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들과 함께 나의 대학 생활이 시작됐다. 연세 신학은 듣던 대로였다. 아니, 듣던 것 이상으로 자유롭고 쿨했다. 신약 개론 첫 시간이 생각난다.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교수님은 전혀 다르게 생긴 남자 둘의 초상화를 화면에 띄웠다. 하나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던 예수 그림이었다.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우수에 찬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게이삘의 백인 남성. 또 하나는 네안데르탈인을 연상케 하는 털 많고 지저분하고 거무튀튀한 아시안 계열의 중동 유목민. 
 “어느 그림이 진짜 예수에 더 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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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의 길을 포기하고 작가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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