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도소 공격해 사형수 구출? 할리우드 영화의 오만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12/24
오만이란 무엇인가. 거만할 오(傲)에 다시 거만할 만(慢)을 붙여 오만이라 하였다. 그저 일시적 거만함을 넘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저만 아는 자세를 우리는 오만하다 이른다. 오만은 스스로가 거만하다는 사실조차 잊었다는 점에서 일상적이며, 저 아닌 다른 이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저와 같을 수는 없으리라 여긴다.
 
때로 오만한 영화를 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탑건: 매버릭>이 톰 크루즈의 노익장과 함께 끝을 모르고 진화하는 할리우드의 첨단 기술력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영화로부터 진정 보아야 할 것은 너무나도 쉽게 무시되어 좀처럼 조명 받지 못했다. 이 영화가 얼마나 오만한지, 또 그 오만이 전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란 사실이 말이다. 요컨대 할리우드는, 또 그로 표상되는 상업영화계는 습관적으로 오만해지고는 하는 것이다.
 
<탑건: 매버릭>은 탑건으로 불리우는 미 해군 항공대 정예 조종사들이 잠재적 적국으로 지목된 어느 나라에서 비밀리에 준비한 핵시설을 폭격해 파괴하는 이야기였다. 미국이 판매한 4세대 F-14 전투기가 적 기지에 있는 것으로 보아 한때 동맹이었던 나라의 기지로 보이는 이곳을 미국이 기습 폭격하는 것이다.
 
▲ 스파이 게임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할리우드 영화가 무심코 범하는 오만

핵개발은 이뤄져선 안 되는 것으로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이를 파괴하는 조종사의 이야기로만 영화를 이해하면 그저 호쾌한 액션영화가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선전포고도 없이 타국 국경 너머 시설을 폭격하는 미국 군대의 군사행동은 국제법상 허용될 수 있는 것일까. 만약 타국 영화가 스스로의 잣대로 미국 본토를 폭격하는 이야기를 영웅적으로 다룬다면 미국 관객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놀랍게도 이와 같은 문제는 얼마 화제가 되지 않고 묻히고 말았으나, 이는 그저 가벼운 문제일 수만은 없는 일이다.

<매버릭>이 아니더라도 미국 영화에서 이와 같은 오만은 수시로 발견할 수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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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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