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올드 오크> 보기 전, 켄 로치의 상상력에 대해

조원용
조원용 인증된 계정 · 책과 음악이 여전히 반가운 사람.
2024/01/20
영화감독 켄 로치 Ⓒ Chris Payne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에 올라갈 무렵까지 아버지는 신문사에서 일했다. 그곳에 1988년에 입사하여 2006년 말에 나왔다. 20년 가까이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게 된 건 선택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었다. 구조조정과 연봉 삭감의 여파로 명예퇴직을 선택 ‘당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당시 신문사의 하반기 인력 감축 구조 조정안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며 노조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당시 야간 근무가 끝나고 ‘데모’까지 마치고 집에 들어온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난다. 이 데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된 건 시간이 지난 후였다.) 게다가 아버지는 임원이 (당연히) 아니었고, 기자도 아니었고, 기계로 신문을 찍어내는 윤전부였기에 이 노동의 밀려남이 가시화되기란 묘연한 일이었다. 

 이후 2015년에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아버지는 비정규직과 계약직의 시간을 무수하게 통과해야만 했다. 이 시간에 대해 당시의 나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아버지, 즉 가정의 상황을 다만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유예된 기억들을 한 기록에서 마주하게 됐는데, 바로 ‘건강보험 자격득실 내역’이었다. 아버지는 신문사 퇴직 이후 2007년 8월부터 2015년 3월까지 7년 6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6번의 첫 출근을 했다. 대부분의 근무기간은 일했는지도 모르게 짧았고 유일하게 한 곳만 ‘아빠 이제 일 계속 다니나?’ 생각했을 만큼 길게 느껴졌다. 그곳이 아빠의 마지막 직장이었다.

 시장과 자본의 비대함이 한 사람의 노동력을 간편하게 대체 가능한 대상으로 지시하는 과정에서 가장 연약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중 하나는 역시 블루칼라 노동자일 것이다. 그들은 더 건강하고 생산력 있는 몸으로, 기계로, 더 낮은 인건비의 다른 노동자로 대체될 가능성을 언제나 예비하고 있다. 또한 시장의 입장에서 꼭 필요하지만 가장 거슬리는 ‘인건비’의 대상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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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재즈피플> 필자 &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재즈가 가진 즉흥의 가능성과 경계 위 음악 세계를 부연하고 있습니다. 종종 영화를 만들고 자주 사진을 찍습니다. 재즈를 포함한 여러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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