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올드 오크> 보기 전, 켄 로치의 상상력에 대해
2024/01/20
이후 2015년에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아버지는 비정규직과 계약직의 시간을 무수하게 통과해야만 했다. 이 시간에 대해 당시의 나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아버지, 즉 가정의 상황을 다만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유예된 기억들을 한 기록에서 마주하게 됐는데, 바로 ‘건강보험 자격득실 내역’이었다. 아버지는 신문사 퇴직 이후 2007년 8월부터 2015년 3월까지 7년 6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6번의 첫 출근을 했다. 대부분의 근무기간은 일했는지도 모르게 짧았고 유일하게 한 곳만 ‘아빠 이제 일 계속 다니나?’ 생각했을 만큼 길게 느껴졌다. 그곳이 아빠의 마지막 직장이었다.
시장과 자본의 비대함이 한 사람의 노동력을 간편하게 대체 가능한 대상으로 지시하는 과정에서 가장 연약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중 하나는 역시 블루칼라 노동자일 것이다. 그들은 더 건강하고 생산력 있는 몸으로, 기계로, 더 낮은 인건비의 다른 노동자로 대체될 가능성을 언제나 예비하고 있다. 또한 시장의 입장에서 꼭 필요하지만 가장 거슬리는 ‘인건비’의 대상으로써...
<월간 재즈피플> 필자 &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재즈가 가진 즉흥의 가능성과 경계 위 음악 세계를 부연하고 있습니다.
종종 영화를 만들고 자주 사진을 찍습니다. 재즈를 포함한 여러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