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시선] 여느 직장인의 ‘피로사회’
2022/08/22
[문학 속 한 장면] 허먼 멜빌 作, <필경사 바틀비>
<변신>에서는 출근과 월급이 중요한 문제다.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해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음에도 정시 출근을 해야 한다는 압박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게 되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레고르가 느끼는 압박과 죄책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평소 우리도 시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물이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은 <필경사 바틀비>에서도 비슷하다. 그런데 바틀비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정확히는 “(일을)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일을 안 하겠다는 것이 단순히 하기 싫다는 거부가 아니라 나름의 숙고를 거친 자신의 선택이라는 태도다.
바틀비가 자신을 고용한 변호사-사장에게 “일을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차분하게 말할 때 독자는 어떤 아득함을 느끼게 된다. 그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였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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