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5
잘 읽었습니다. 다만 분석에서 제시되고 있지 않는 가정이 있어 보여 간단히 남깁니다.
하지만 선거에 나선 정치인 입장에서는 재분배 문제에 모호한 태도가 유리합니다. 입장을 분명하게 냈다가는, 내 입장에 반대되는 유권자들이 상대 후보를 찍을 것입니다. 그래서 정치인은 쟁점에 분명한 입장을 내는 대신, 모든 사람들에게 다 좋은 말로 들리는 모호한 가치를 내세웁니다.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 같은 가치가 대표적입니다. 재분배 쟁점을 뭉갤수록, 대리인의 이익이 커집니다. 물론 주인인 유권자의 이익은 훼손됩니다.
재분배 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내는 효과를 단순하게 가정하면 두 가지입니다. 재분배 문제에 공감하는 유권자들의 표를 얻게 되고(A), 재분배 문제에 공감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표를 잃게 됩니다(B).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해 봅시다.
가정1) 두 후보자만이 존재하고
가정2) 다른 조건은 모두 동일하며
가정3) 재분배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제외하면 두 후보자의 지지율이 동일
가정4) 그 이외...
@자몽님
제가 무척 좋아하는 정책이론 교과서 서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자는 정책이론 수업 첫 시간에, 나무로 만든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간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학생들에게 물어봅니다. "이게 뭔가요?" "자동차요." "무슨 기종이죠?" 잘 모르겠다고 하는 학생들도, 장난감 자동차랑 닮은 실제 차종명을 답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저자가 정리합니다. "이 자동차는 실제 존재하는 어느 차하고도 같지 않습니다. 그렇지면 여러분은 모두 이게 자동차라는 걸 알고 있어요." 저는 현실을 묘사하는 이론과 모델링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보다 더 좋은 설명을 본 적이 없습니다. 천관율 선생의 글도 선거의사결정이라는 행위를 특정 측면(재분배)에서 설명하기 위한 시도로 저는 이해합니다. 재분배 의향이라는 변수로 선거의사결정을 설명하는 모델로 말이죠. 제가 궁금했던 것은, 이러한 이론화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가정, 그리고 해당 변수(재분배 의향)의 우선순위를 저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였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론과 모델링이 말하는 것 보다, 암묵적으로 가정하고 있는 게 더 중요할 수 있어서 말이죠. 자몽님 말씀처럼 천관율 선생이 가정하고 있을 수도 있고, 다른 가정이면 어떤 것일까 궁금해서 적어 봤습니다.
재분배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저는 부동산과 세금이 부의 재분배 문제가 반드시 같은 차원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동산과 세금은 말씀주신 바와 같이 보다 더 많은 재분배 재원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같은 차원으로 볼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집중한 곳은 부동산과 세금이 거시적 경기 흐름에 따라 영향을 받는 부분입니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해 달라, 집값 올려 달라, 집값 내려 달라는 유권자들의 요구는 미시적으로 개인에게 직면한 문제인 반면, 재분배 문제는 자신에게 잘 와 닿지 않는 거시적 문제로 간주되어 우선순위가 낮을 수 있기에, 양자는 다른 차원일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대중님. 메인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얼룩커 시선을 따라오다보니 김대중님 답글이 눈에 띄어 정독해보았습니다. 상호배타적인 경우로 나눠본 접근법으로 글이 술술 잘 읽혔어요. 그런데 읽으면서 저는 두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첫번째는, “현실에서 각 경우의 수를 파악할 수 있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것입니다.
제안해주신 것처럼 특정 이슈에 대한 유권자들의 표심 양상을 알 수 있다면 최적의 전략을 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글에서 직접 언급해주신 것처럼 ‘한국의 선거판이 진짜 어떤 양상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현실세계와 사람들의 심리는 매우 복잡해서 설령 설문조사를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이 쟁점에 대해 이런 태도를 취한다면 유권자들의 표심이 선거날 어떻게 나올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알더라도,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쟁쟁한 후보의 경우일수록, 오히려 핵심 이슈를 건드려서 표를 많이 잃을 수도 있는 큰 모험을 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듣기싫은 이야기를 해서 위험을 무릅쓰기 보다는, 되도록 좋은 게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게 후보자 입장에서 가장 좋겠지요.
얼룩커의 글은 “이렇게 미지의 상황이기 때문에 (계산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손실을 적게 가져다 줄) ‘모호한 태도’를 택했다”라는 뜻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원글을 빌려 말하자면 “재분배에 모호한 태도가 합리적이라는 분석은 한국의 선거환경이 ②번 케이스라거나, 선거판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가정”해서라기 보다는요.
두번째는 ‘부의 재분배’라는 쟁점에 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에 대한 것입니다.
원글 중 “ 재분배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서 잃을 지 모르는 표의 규모보다, 보다 확실하게 많은 규모의 표를 따올 수 있는 우월전략이 많기 때문에 해당 쟁점이 버려지는게 아닐까 싶습니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그런데 “유권자들이 정말 재분배 문제를 선거에서 중요하시하는지 잘 모르겠군요.”라는 결론은 좀 더 살펴보는 게 좋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보자가 대선을 앞두고 여러 선거 전략을 비교분석할 때, 단순히 “키워드” 파급력으로만 비교하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말씀해주신 내용을 <“키워드 A에 대한 전략”을 택한 것은 “키워드 B에 대한 전략”과 비교했을 때 ‘A가 B보다 중요해서”라고 볼 수 있다’>는 논리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입후보자가 어떤 정치적 입장을 소명할 때는 핵심 토픽 외에도 다른 중요한 판단 기준들이 다양하게 존재할 것입니다. 가령 기존 유권자 표심을 분석하고, 어떤 주제를 건드리는 것이 가장 비용 대비 효과적이냐 하는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또는 현재 자신의 사회적, 정치적 위치, 대중에게 고착된 이미지, 경쟁자의 약점 등을 고려할 수도 있겠지요. 이 때 가장 중심이 되는 지표는 “이걸 언급하는 게 나에게 이득이냐?”이지, “이게 중요하냐?”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더불어, 언급해주신 ‘부동산(집값)’, ‘세금’과 같은 부분은 모두 ‘부의 재분배’ 문제를 다루기 위해 정부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할 수록, 오히려 ‘부의 재분배’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몬스님
원글의 천관율 에디터 이러한 숨은 가정과 말씀주신 네거티브 선거 분위기에 대해 모르고 쓰셨을 리는 없을 겁니다. 그냥 궁금해서 써 봤습니다. 이 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지.
공감합니다.
우월전략과 함께 어떤 액션을 보였을 때 득보다 실이 많은 네거티브 선거 분위기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뚜렷한 노선을 이야기 하면 더 뚜렷하게 두들겨 맞는 것에 비해 자잘한 이야기를 하면 맞아도 적당히 두들겨 맞는 분위기이다 보니, 액션은 줄고 모호한 이야기만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모호한 이야기만 나눈다고 해도 재분배에 적극적/소극적이라는 상징성은 획득한 것으로 보이니 굳이 더 이상 액션을 취할 필요도 없어 보이구요. 후보자의 이미지만 보고 투표를 해온 폐해랄까요.
안녕하세요, 김대중님. 메인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얼룩커 시선을 따라오다보니 김대중님 답글이 눈에 띄어 정독해보았습니다. 상호배타적인 경우로 나눠본 접근법으로 글이 술술 잘 읽혔어요. 그런데 읽으면서 저는 두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첫번째는, “현실에서 각 경우의 수를 파악할 수 있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것입니다.
제안해주신 것처럼 특정 이슈에 대한 유권자들의 표심 양상을 알 수 있다면 최적의 전략을 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글에서 직접 언급해주신 것처럼 ‘한국의 선거판이 진짜 어떤 양상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현실세계와 사람들의 심리는 매우 복잡해서 설령 설문조사를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이 쟁점에 대해 이런 태도를 취한다면 유권자들의 표심이 선거날 어떻게 나올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알더라도,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쟁쟁한 후보의 경우일수록, 오히려 핵심 이슈를 건드려서 표를 많이 잃을 수도 있는 큰 모험을 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듣기싫은 이야기를 해서 위험을 무릅쓰기 보다는, 되도록 좋은 게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게 후보자 입장에서 가장 좋겠지요.
얼룩커의 글은 “이렇게 미지의 상황이기 때문에 (계산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손실을 적게 가져다 줄) ‘모호한 태도’를 택했다”라는 뜻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원글을 빌려 말하자면 “재분배에 모호한 태도가 합리적이라는 분석은 한국의 선거환경이 ②번 케이스라거나, 선거판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가정”해서라기 보다는요.
두번째는 ‘부의 재분배’라는 쟁점에 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에 대한 것입니다.
원글 중 “ 재분배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서 잃을 지 모르는 표의 규모보다, 보다 확실하게 많은 규모의 표를 따올 수 있는 우월전략이 많기 때문에 해당 쟁점이 버려지는게 아닐까 싶습니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그런데 “유권자들이 정말 재분배 문제를 선거에서 중요하시하는지 잘 모르겠군요.”라는 결론은 좀 더 살펴보는 게 좋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보자가 대선을 앞두고 여러 선거 전략을 비교분석할 때, 단순히 “키워드” 파급력으로만 비교하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말씀해주신 내용을 <“키워드 A에 대한 전략”을 택한 것은 “키워드 B에 대한 전략”과 비교했을 때 ‘A가 B보다 중요해서”라고 볼 수 있다’>는 논리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입후보자가 어떤 정치적 입장을 소명할 때는 핵심 토픽 외에도 다른 중요한 판단 기준들이 다양하게 존재할 것입니다. 가령 기존 유권자 표심을 분석하고, 어떤 주제를 건드리는 것이 가장 비용 대비 효과적이냐 하는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또는 현재 자신의 사회적, 정치적 위치, 대중에게 고착된 이미지, 경쟁자의 약점 등을 고려할 수도 있겠지요. 이 때 가장 중심이 되는 지표는 “이걸 언급하는 게 나에게 이득이냐?”이지, “이게 중요하냐?”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더불어, 언급해주신 ‘부동산(집값)’, ‘세금’과 같은 부분은 모두 ‘부의 재분배’ 문제를 다루기 위해 정부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할 수록, 오히려 ‘부의 재분배’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공감합니다.
우월전략과 함께 어떤 액션을 보였을 때 득보다 실이 많은 네거티브 선거 분위기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뚜렷한 노선을 이야기 하면 더 뚜렷하게 두들겨 맞는 것에 비해 자잘한 이야기를 하면 맞아도 적당히 두들겨 맞는 분위기이다 보니, 액션은 줄고 모호한 이야기만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모호한 이야기만 나눈다고 해도 재분배에 적극적/소극적이라는 상징성은 획득한 것으로 보이니 굳이 더 이상 액션을 취할 필요도 없어 보이구요. 후보자의 이미지만 보고 투표를 해온 폐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