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과 상상] <라이프 오브 파이> 관계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거리
2024/04/12
혹자는 파이가 망망대해의 한 배에서 리처드 파커와 함께하게 된 상황이 한국 사회와 흡사하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한다. 진보 vs 보수, 남성 vs 여성, 청년 vs 노인, 서울 vs 지방, 강남 vs 강북 등과 같은 이분법 구도를 비롯하여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거대 양당이 서로를 향한 심판론을 제기한 거에서 보듯 이분법으로 분열된 상황이 딱 그 짝이라고 말한다. 서로의 입장에서 보건대 의견을 달리한 상대와 앞으로 살아갈 일이 사나운 벵갈 호랑이와 생활했던 파이의 처지와 무엇이 다르냐는 거다. 그런데 파이가 그 좁은 구명보트 안에서 살아남은 것을 보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겠단다.
그럼 파이는 그와 같은 벼랑 끝의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 더 정확히는 어떻게 리처드 파커와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던 걸까. <라이프 오브 파이>가 집중하는 부분이면서 이 영화를 보며 사람들이 위안받는 요지다. 사실 바다에서 표류하는 인간(들)이 생존을 위해 사투하는 내용은 불안한 사회를 반영할 때나 힘든 생활을 은유할 때 종종 사용되는 설정이다. 영화만 해도 <라이프 오브 파이> 외에 알프레드 히치콕의 <구명보트>(1944), 로버트 저메키스의 <캐스트 어웨이>(2000),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으로 나선 <올 이즈 로스트>(2013) 등이 있었고 미술에서는 일찍이 ...